(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SK그룹이 무리한 SK증권 매각 스케줄을 제시하면서 매각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SK㈜는 오는 8월 초까지 SK증권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시한 안에 완료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증권가에서는 SK㈜가 SK증권 매각을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19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SK㈜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라 SK증권 지분 10.0%를 오는 8월2일까지 매각해야 한다.

SK㈜는 2015년 8월3일 지주회사로 전환했는데,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도록 했다. SK㈜는 다만 지주회사로 전환할 때 금융 자회사인 SK증권을 보유한 상태라서 2년간 유예 기간이 적용됐다.

SK㈜는 매각 기한이 다가오는 데 따라 이달까지 예비입찰을 마친 후 오는 7월 말까지 본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본계약 등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같은 매각 스케줄로는 매각 시한을 지킬 수 없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가 판단하는 지분 매각 기준은 주식 양수도가 완료되는 시점이다. 통상 본계약을 체결하고서 금융위원회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은 후 주식과 대금을 교환한다. 금융위에 대주주 변경을 신청하고서 승인을 받기까지는 짧아도 2개월여가 걸린다.

따라서 SK㈜가 오는 7월 말 본계약을 마친 후 8월2일까지 금융위 승인과 주식 양수도를 마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회사 대주주 변경 승인 안건은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위 정례회의를 모두 거쳐야 하므로 회의 절차만 2주가 걸린다"며 "산업자본이나 정체 확인이 어려운 자본이 SK증권 인수대금에 섞여들 수 있어 꼼꼼히 살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시한까지 매각을 완료하지 못하면 공정위에 처분 유예기간 연장을 요청할 수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지주회사는 금융 자회사의 주식 처분이 곤란한 경우 공정위의 승인을 얻어 2년을 연장할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유로 주식회사 두산의 금융 자회사 지분 매각 유예를 승인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렇게 될 경우 SK증권 매각이 지지부진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SK㈜는 그간 사모펀드(PEF) 매각이나 경영자 인수(MBO) 방식을 통한 매각 등을 시도했으나 '파킹 딜' 의혹이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매각 시한이 두 달도 남지 않은 이달 초순에야 공개 매각을 결정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가 2년 유예기간을 줄 경우 SK㈜가 적당한 인수자를 찾는 데 뜸을 들이며 SK증권 매각 작업이 지루하게 늘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공정위가 유예 승인이 아닌 SK㈜의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결론을 낼 확률도 있다.공정위 관계자는 "아직 SK증권 매각 시한이 지나지 않아 단정할 수 없지만 주식 양수도까지 완료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 제8조의 2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렇게 되면 SK㈜는 공정거래법 제16조에 따른 시정조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주식회사 내츄럴삼양이 자회사 외의 국내 계열회사의 지분을 소유해서 지주회사 규정을 위반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2015년에는 주식회사 송현홀딩스의 자회사인 케이피에프가 지주회사 자회사는 자신의 손자회사 외에는 국내 계열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는데 이를 어겼다며 과징금 2억4천600만원과 1년 이내의 주식 처분을 결정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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