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자산매입 축소(테이퍼링)가 예고된 유럽중앙은행(ECB)의 10월 통화정책회의가 26일(현지시간) 개최됨에 따라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ECB 정책 결정의 수위와 시장 영향력에 집중되고 있다.

◇ECB 정례회의 예상 시나리오는

그간 ECB는 올해 연말까지 매달 600억 유로의 자산매입 속도를 유지한 후 테이퍼링 조치가 있을 것이라고 언급해 왔다.

전문가들은 ECB가 자산매입 종료 시점을 6개월 이상 늦추면서 월간 자산매입 규모를 600억 유로에서 200억~400억 유로로 축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ECB가 테이퍼링 규모를 어느 정도로 가져갈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현재 시장에서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전반적으론 가파르게 축소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씨티는 ECB의 목표가 시장 충격 없이 자산매입 규모를 축소하는 것으로, 향후 12개월 동안 매달 200억 유로나, 9개월 동안 매달 300억 유로, 6개월 동안 매달 400억 유로를 감축하는 것이 시장의 중립적인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자산매입 축소 규모와 기간을 조합해보면 전체 감축 규모를 가늠해볼 수 있다"며 "이를 바탕으로 어느 것이 더 매파적이라는 등의 분석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드라기 총재가 어떤 발언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테이퍼링과 관련해 ECB가 가장 큰 미션이 2013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일으킨 '긴축 발작'과 같은 사건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 참가자들은 드라기 총재가 상황 악화시 사용할 정책 수단이 충분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비둘기파적 발언을 통해 유로화 강세를 차단하려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 영향은

전문가들은 ECB의 테이퍼링은 기본적으로 금리 상승 재료지만, 이미 예고됐던 사안인 만큼 예상을 벗어나는 정책 결정과 발언이 나오지 않는다면 시장을 요동치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국내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유럽도 정상화 기조로 가는 것은 시장에 부담 요인"이라며 "더욱이 한국은 선도 시장인 미국보다 같은 2선 시장인 유럽의 움직임에 더 큰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올해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이후 상황을 반영해 추가 금리 인상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ECB의 테이퍼링은 충분히 노출된 재료이기 때문에 의외의 변수가 없으면 가격 변수에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진단이 나오며 채권 대기 매수세가 유입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ECB의 공적자산매입프로그램(PSPP)의 맹점이 살만한 채권이 없다는 점"이라며 "(ECB의 테이퍼링을) 이에 따른 정상적 매입 규모 축소 과정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일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3.7bp 상승한 2.094%, 10년물은 4.4bp 높은 2.500%에 마쳤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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