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한창헌 기자 = 국고채 금리 등 시장금리가 급등한 영향으로 국내증시의 투자 판도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기존 반도체 등 성장주 중심의 투자에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큰 가치주 비중을 늘리는 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증시에 가져올 파급력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 금리 급등은 채권시장 약세를 의미하고 이는 다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강화되는 방증이라는 점에서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다만, 증시 내부에서의 투자 선호도는 달라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까운 지난해의 사례다.

지난해 6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마지막 기준금리 인하 이후 8월부터 국고채 금리는 상승 전환했다. 1.2%대 초반에 머물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같은 해 11월 1.7%를 웃돌았다.

유안타증권은 지난해 금리상승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메리트가 높은 업종과 종목의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았던 은행과 철강, 조선업종의 상승이 돋보였다.

올해 들어서는 국내증시의 키워드가 '이익'으로 다시 전환했다. 이익이 급증한 반도체 업종이 주가 상승을 주도했다.

반면 밸류에이션에 대한 관심은 낮았던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11월 1.7%까지 올랐던 국고채 3년 금리가 지난 9월 중순까지 1.6~1.8% 사의 좁은 박스권을 형성하며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다시 금리가 급등하자 작년의 금리 상승기에 나타난 패턴이 재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월 금통위를 기점으로 국고채 금리는 급등세로 돌아섰다.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커지면서다.

국고 3년은 2%를 돌파했고, 지난 27일에는 2.164%로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와 기준금리 갭은 2011년 3월 이후 6년 6개월 만의 최대치인 0.914%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금리 상승은 증시의 성격을 바꿀 수 있는 변수라는 점에 주목한다"며 "이익에 편중돼 있던 증시 관심이 밸류에이션으로 이전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저PBR주의 움직임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은행과 손해보험 등 금리와의 연관성이 높은 업종도 관심의 대상이라고 제안했다.

반도체를 비롯한 성장주의 이익 모멘텀이 내년을 기점으로 약해질 것이란 전망도 포트폴리오에 변화를 주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IT 성장주의 실적은 여전히 좋지만, 이익 증가율은 갈수록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내년 실적은 올해 기저효과 탓으로 미미한 수준의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연말로 갈수록 성장주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ch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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