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자녀와 함께 산다. 지인들은 부자라고 웃으며 치켜세워 준다. 혹자는 용감한 사람, 무개념 인간이라고 쑥덕거리기도 한다. 뭐라고 부르던 세 자녀는 고사하고 한 자녀도 너무나 귀해지고 있다. 올해 신생아는 사십만 명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2016년 말 합계출산율이 1.17명으로 장기적으로 인구가 줄지 않는 데 필요한 2.1명에 크게 못 미친다.

왜 오늘날 우리나라 사람은 자녀를 적게 또는 두지 않으려 하는가. 유발 하라리는 '호모데우스'에서 인간은 우수한 유전자를 후세대 전달하기 위한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후손을 두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19세기 영국의 철학자이자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은 후손 소유 본능을 억제해야 부유해질 수 있다고 했다. 맬서스의 인구론은 더 언급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본성인 출산을 21세기 사람들은 왜 거부하는 걸까. 그 이유를 쾌도난마 하게 설명하기 어렵지만, 경제적인 이유를 먼저 들 수 있다. 주거비, 사교육비, 양육비가 너무 많이 든다. 대도시일수록 더 그렇다. 과거에는 많은 가족이 단칸방에 살았다. 독립적인 사생활이 중시되는 오늘날, 청소년인 아들과 딸에게 같은 방을 쓰라고 요구하기 어렵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 입시정책으로 사교육비는 천정부지이다.

출산을 위한 사회제도의 미비도 큰 이유이다. 임신부터 육아까지 모든 책임은 여성과 그 가족이 떠안고 있다. 친정 부모는 육아 도우미가 된 지 오래다. 어느 선진국에서 친정 또는 시댁 부모님이 결혼한 자녀의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고 있단 말인가. 아이들과 같이 출퇴근할 수 있는 어린이집은 태부족이다. 출산하지 않는 '백인 백색'의 이유를 모두 열거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사실은 언제부터 출산은 우리의 가장 위험한 의사결정이 되어 버렸다.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시간상으로 모든 측면에서 그렇다.

저출산의 이유가 다양하듯이 대책에 대한 의견도 분분하다. 일단 정부는 저출산이 사회적으로 문제라는 인식하에, 지난 8년간 100조 원 이상 지출했다. 국공립 유치원도 많이 건설되었다. 그러나 재정을 쏟아 붓고도 출산율은 오히려 떨어졌다. '돈 줄게, 아이 낳아라' 하는 식의 정책의 효과성에 대한 비판이 당연히 뒤따랐다. 아울러 출산장려정책이 인간답게 살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었다. 출산장려보다는 인구 감소를 받아들여 정책을 수립하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무대책이 오히려 상책인지,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지 알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실효성 높은 저출산 대책을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

저출산 국가였던 프랑스를 보자. 자녀가 많을수록 소득세율이 낮아진다. 우리는 소득공제로 백만 원 내지 이백만 원, 총 감면액은 몇십만 원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세제혜택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그 밖에도 프랑스의 자녀 수당, 가족 수당, 주거 지원은 우리보다 월등하다. 인구 6천700만 명의 프랑스는 2016년 기준으로 78만5천 명의 신생아, 1.93명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수년 전 필자가 인터뷰한 프랑스 통계청 관계자는 출산율을 높이는데 엄청난 재정이 사용된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새롭고 제대로 된 출산정책은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서울 한가운데에 신혼부부를 위한 대규모 고층의 임대아파트 건설을 제안해 본다. 프랑스는 에펠 탑, 영국은 빅 벤을 보러 간다. 정부는 청년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체감 온도는 낮다. 신혼부부용 임대아파트를 예술적으로 짓는다면 국내외 관광을 위한 랜드 마크가 될 수도 있다. 일터와 집이 멀어서 파김치가 된 부부는 아기와 저녁 있는 삶을 보내기 어렵다. 변두리가 아닌 도심에 임대아파트를 지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다. 프랑스는 센 강 근처의 가장 좋은 곳에 임대주택을 건설했다.

출산정책은 회임 기간이 길다. 최소 20년인 장기 계획에 돈을 많이 쓰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우리 민족이 늙어가고 줄어들고 있다. 제대로 된 출산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몇 년 후 젊은 남녀가 서울 도심 곳곳에 우뚝 솟은 멋있는 아파트를 보면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우리의 마음과 지갑을 열기를 소망한다.(성대규 보험개발원장/前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