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대신금융그룹 대신F&I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대규모 미매각이 발생했다. 대표 주관사인 삼성증권이 떠안는 물량만 500억원에 달했다.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100% 자회사인 대신F&I는 최근 회사채 발행 전 수요예측을 했으나 대량 미매각 사태를 빚었다.

대신F&I는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1천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4개 기관에서 80억원의 자금만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경쟁률은 0.08대 1에 그쳤다.

대신F&I가 회사채 발행에 나선 것은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지난 2월에도 2년 만기 회사채 800억원을 발행했다.

2월 회사채 발행 당시, 수요예측에서 기관의 주문은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아 체면을 구겼다. 결국, IBK투자증권과 삼성증권 등 4개 인수단이 미매각 물량을 떠안았다.

이번에도 기관 참여는 부진했고, 인수단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인수단에는 삼성증권을 비롯해 미래에셋대우, 대신증권, KB증권, 유안타증권, IBK투자증권이 참여했다.

이 중 삼성증권은 대표 주관사로 가장 많은 금액인 500억원을 인수했다. 미매각 물량을 리테일 등을 통해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를 위한 긴급회의도 이뤄지며 처리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F&I는 부실채권(NPL) 투자회사로, 시장 점유율 기준 업계 2위의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며 대신증권의 연결 실적을 담당하는 효자였다.

그러나 한남동 외인 주택부지 '한남 나인원' 개발사업을 추진하며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개발 규모가 1조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업계의 기대만큼이나 우려감도 컸다.

대신F&I는 지난해 5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한남동 일대 외인아파트 용지를 6천200억원에 사들였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외인아파트 부지 개발 프로젝트 리스크에 더해, NPL 시장에서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대신F&I의 신용등급을 A+,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신F&I의 대규모 개발사업 경험이 많지 않고 자기자본보다 투자액이 훨씬 더 커 재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감도 잔존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용등급이나 사업 내용 등이 너무 공격적이라서 회사 리스크부문의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며 "애초에 기관으로부터 높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NPL 시장의 경쟁이 심화하며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회사채도 크게 인기를 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F&I가 대규모 자본을 투자해 한남 개발사업에 뛰어든 것도 NPL 시장에서 더는 먹거리를 찾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이유도 있다"고 진단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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