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용갑 기자 = 하이트진로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맥주사업이 3년 넘게 적자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출시한 발포주(發泡酒) '필라이트'가 좋은 반응을 얻고 있지만, 전체 맥주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이트진로 맥주사업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고 평가했다.

◇ 하이트진로, 맥주사업 '빨간불'…경쟁 심화 영향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 맥주사업은 지난 2013년 477억5천253만원의 흑자를 낸 뒤 3년 넘게 적자 수렁에 빠진 상태다. 맥주사업 영업손실은 2014년 225억1천747만원, 2015년 39억9천651만원, 지난해 216억9천749만원, 올 1분기 343억6천344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기준으로 하이트진로 전체사업에서 맥주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0.56%다. 소주사업이 53.40%, 생수사업이 3.65%, 기타사업이 2.39%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맥주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수요가 한정된 국내 맥주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주류가 2014년 프리미엄 맥주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맥주시장에 뛰어들었는데, 그 해부터 하이트진로는 맥주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수입맥주의 성장세도 하이트진로 맥주사업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 롯데주류의 맥주사업 매출은 정체됐거나 감소했지만 수입맥주의 매출성장 폭은 컸다.

실제 수입맥주의 작년 매출은 6천598억원으로 전년 대비(5천78억원) 29.93% 증가했다. 2014년 100여종에 불과했던 수입맥주는 올해 400여종으로 늘어났다.

◇ "올해 맥주사업 실적개선 기대감은 제한적"

문제는 하이트진로 맥주사업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수입맥주의 성장세가 여전히 가파르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4~5월 맥주 수입액은 전년 동기 대비 47.6% 증가했다.

내년 1월부터는 미국에서 수입되는 맥주 관세가 전면 철폐되고 같은 해 7월부터 유럽연합(EU) 맥주에도 무관세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수입맥주의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주류가 지난 1일 스탠다드 맥주 '피츠 수퍼클리어(Fitz Super Clear)'를 출시하며 공격적으로 영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이재혁 롯데그룹 부회장(식품BU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피츠 수퍼클리어 출시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주류업 특성상 새로운 브랜드를 알릴 때까지 광고비용을 투입할 수밖에 없다"며 "그때까지는 공격적으로 영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필라이트'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맥주사업 실적을 개선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필라이트가 맥주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탓이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맥주 판매량이 한 달 500만~600만 상자 수준임을 고려하면 필라이트 비중은 전체의 약 2%로 미미하다"며 "필라이트가 맥주사업 실적 개선에 기여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올해 경쟁 심화로 하이트진로 맥주사업의 수익성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전체 직원이 판촉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맥주사업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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