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2021년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됨에 따라 국내 보험업계에 큰 변화가 예상됩니다. 보험 상품의 설계부터 사후관리, 자본건전성 평가까지 '보험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이 달라지는 새로운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연합인포맥스는 새로운 보험시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IFRS17의 도입 배경과 영향, 정부 당국과 보험업계의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기획물을 송고합니다.>>



(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최근 국내 보험사들이 IFRS17 도입에 대비해 잇따라 유상증자와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어 새 회계기준의 도입 배경과 내용에 대해 보험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IFRS17은 보험업 자본규제의 통일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 도입이 추진되고 있으며, 시장금리(시가)로 책임준비금(보험부채)을 적립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IFRS17 도입 배경은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작년 11월 영국 런던에서 세미나를 열어 새 회계기준을 IFRS17로 명명하고, 도입 시기를 2021년 1월 1일로 결정했다.

IFRS17는 주요국이 보험업의 회계기준을 함께 정비해 통일성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보험사 경영진이나 투자자들이 회사의 재무건전성과 관련해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도입 취지로 꼽힌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이 도입되면 금리 확정형 상품의 역마진에 따른 손실이 고스란히 부채로 잡힌다. 보험연구원은 IFRS17이 도입되면 전체 가용자본이 46조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국내 보험업계는 IASB에 적용 준비 기간을 늘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새 회계기준이 도입되면 당장 자본금을 늘려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저축성보험 판매를 확장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IFRS17 도입에 따른 보험사의 재무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지급여력(RBC)비율과 책임준비금적정성평가(LAT)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선 상태다.

보험부채의 듀레이션을 기존 20년에서 올해 말까지 25년, 내년 말에는 30년으로 늘리는 등 RBC비율 산출 시 적용하는 보험계약의 만기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또 책임준비금의 단계적 추가 적립을 유도하기 위해 LAT 제도에 적용되는 할인율을 IFRS17에서 요구하는 수준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시가평가 기반 신지급여력제도(K-ICS) 구축 작업도 진행 중이다.

기존 원가기준 RBC제도는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자산·부채의 변동성 등 리스크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데 한계를 갖고 있다. IFRS17 도입에 맞춰 RBC제도 또한 시가평가에 따른 자본변동성 확대 등의 리스크 요인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IFRS17 주요 내용은

IFRS17은 2021년부터 보험사가 평가 시점의 시가로 책임준비금을 적립하도록 했다.

현재는 보험계약 판매 시점에 계약자에게 약속한 이율(예정이율)로 책임준비금을 적립한 후 그 적정성을 평가하고 있다.

기존 LAT는 책임준비금을 원가로 계상하되 미래 보험금 등의 규모를 평가해 부족액을 추가로 적립하는 제도다. 일부 시가평가 요소가 반영돼 있지만 금리 등 평가를 위한 가정이 IFRS17보다 낙관적이다.

IFRS17이 도입되면 현재보다 할인율 수준이 하락하고 최근의 저금리 환경이 평가에 즉각 반영돼 책임준비금이 늘어나게 된다. 특히 과거 판매한 고금리 계약의 비중이 높은 보험사는 상당 규모의 부채 추가적립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 국제회계기준은 보험사의 수익인식도 달리한다.

기존에는 고객에게 보험료를 받은 시점에 보험료 전부를 수익으로 간주했다. 보험료에는 보험서비스와 관계없는 투자요소도 포함됐다.

IFRS17에서는 투자요소를 제외하고 당해 연도에 제공된 위험보장서비스에 상응하는 보험료만 수익으로 인식한다. 또 수익을 계약초기 보험료 수취 시점이 아닌 보험서비스 제공 기간 전체로 분산해 반영하도록 했다.

이는 보험사들이 중장기에 걸쳐 안정적으로 이익을 인식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한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단기적으론 보험사의 이익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IFRS17이 도입되면 시장금리 변동이 자산·부채 가치변동으로 즉시 반영돼 자본의 불안정성이 증대될 것"이라며 "자본의 변동성을 줄이고 재무구조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자산부채종합관리(ALM) 등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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