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변화가 거의 없던 한국 금융산업에도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과거 은행은 영업점이라는 물리적 장소가 있고, 창구에 있는 직원이 얼굴을 마주했지만 지금은 고객 손안의 스마트폰을 통해 대부분 것들이 가능하다.

고객이 영업점에 오지 않게 되자 비싼 임대료를 내던 점포를 닫고, 점포에 있던 직원 수를 줄이는 것이 최근 금융권의 모습이다.

급기야 올해 문을 연 인터넷 은행이 성장 측면에서 기존 은행을 제치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의 9월 말 기준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약 93조8천536억 원으로 8월 말 잔액보다 약 652억 원 줄었다. 반면 인터넷 은행인 카카오뱅크는 9월 27일 기준 2조5천700억 원을 기록해 한 달 만에 잔액이 1조1천610억 원이나 증가했다.

지난 3월 취임 일성으로 '디지털 신한'을 외친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한 달 전 미국을 방문했다.

워싱턴DC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하기 전에 캐나다와 뉴욕 등의 영업점을 둘러보는 길이라고 했다.

직원 1만4천여 명을 이끄는 최고경영자(CEO)의 고민은 무엇인지 물어봤다.

위 행장은 "아날로그 시대에 잘했던 직원이 디지털 시대에도 계속 잘할 수 있을지가 고민"이라고 답했다.

한 마디로 현재 인사 기록에서 잘하는 직원이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금융업을 둘러싼 환경이 크게 변하고 있지만 조직의 대부분 구성원은 그대로이고, 몇십 년 전 받은 교육은 사람을 잘 안 바뀌게 하는 게 현실이다.

위 행장이 직접 토로한 고민은 취임 직후부터 밝힌 내부 변화와 새로운 인재상에 대한 갈증의 연장선에 있다.

위 행장은 행장 취임 한 달 뒤 창립기념식에서 "금융업의 경계가 무너진 지금 신한의 경쟁자는 ICT 기업이 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인공 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ICT가 경제·사회 전반에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한국 금융업계의 모습을 투영한다.

ICT는 정보(Information) 기술과 통신(Communication) 기술의 합성어다.

최근 세계 최대 인력채용컨설팅 회사인 '맨파워'는 다음 세대 근로자가 가질 일자리의 65%가 현재에는 없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이 업무 현장을 지금도 바꾸고 앞으로도 바꿀 것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후 미래는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다. 어떤 일자리가 생길지, 어떤 인재상이 나타날지 현재 나온 정답은 없다.

일부는 서구 대기업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으로 AI와 로봇이 사람의 노동력을 대체하면서 인류가 아예 문명에서 배제될 수 있다는 암울한 주장도 내놓는다.

컨설팅사 맨파워는 직원들이 무엇을 할 필요가 있는지 궁금해하는 일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초(超) 격차 리딩뱅크를 선언한 위 행장의 고민이 어떤 인재상을 만들지 한국 금융업계가 '호기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 (이종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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