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신윤우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 지명자 이력서에 구멍이 난 셈이란 평가가 나온다고 마켓워치가 2일(미국시간) 보도했다. 경제학 학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 경제학 학위 없어 우려…문제 없다는 반론도

파월 지명자는 1970년대 말 연준 의장으로 재임한 윌리엄 밀러 이후 처음으로 경제학 학위가 없는 의장이다.

밀러 전 의장의 임기 1년여 동안 미국의 실업률은 급등했고 물가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사람들은 그의 재임 기간을 완전한 재앙(unmitigated disaster)으로 부른다고 매체는 전했다.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애시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지명자의 이력서는 연준 의장이 갖추길 바라는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물가에 대한 학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므로 뛰어난 학자인 재닛 옐런 의장이 재지명됐다면 좀 더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옐런의 연준보다 파월의 연준이 정책 실수를 할 위험이 크다"며 "파월 지명자가 뛰어난 지성을 바탕으로 중심을 잡지 못할 경우 정책에 대한 논의가 갈피를 잡지 못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제프리스의 워드 매카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지명자에게 경제학 학위가 없는데 이는 이력서에 구멍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간접적으로 우려를 드러냈다.

다만, 매체는 파월 지명자가 지난 5년 동안 연준 이사로서 통화 정책 결정에 참여했다면서 밀러 전 의장과는 처지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경제학 학위가 없는 점은 문제가 아니라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파월 지명자와 연준에서 함께 근무한 바 있는 존 파우스트 존스홉킨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월 지명자가 논의를 진행하고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며 연준 의장에게 필요한 기술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 의장이 평생을 통화 정책 연구에 바친 데다 의장으로서 갖춰야 할 기술까지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항상 이런 인물이 의장 자리에 앉아야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학식과 소통 능력을 모두 갖춘 의장이 필요하다는 게 파우스트 교수의 견해다.

벤 버냉키 연준 전 의장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한 바 있는 마크 거틀러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월 지명자가 동료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본다"고 단언했다.

금융경제센터의 로버트 바베라 디렉터는 "파월 지명자가 헤지펀드 칼라일에 재직하는 등 금융 관련 커리어를 오랫동안 쌓았다"며 "전통적인 거시경제학에서 금융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연준 안팎으로 소통 노력해야

전문가들은 파월 지명자가 의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선 자세를 낮추고 동료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연준에 재직한 바 있는 빅터 리 빌라노바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월 지명자가 협조적인 의장이 돼야 성공할 수 있다"며 "리더이면서도 팔로워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 지명자가 경제 전문가인 다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과 지역 연은 총재들에게 좀 더 의존할 필요가 있다는 게 리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그래야만 인플레이션과 불황이란 리스크가 있는 경제를 올바른 길로 인도할 수 있다"면서 "위기 시 숙고할 시간이 충분치 않으므로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데 민첩성이 떨어질 수 있어 다소 우려된다"고 말했다.

경제학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파월 지명자가 통화 정책이란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고 리 교수는 지적했다.

매체는 파월 지명자가 옐런 의장의 정책을 계승해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도 규제 완화에 손을 댈 것으로 내다봤다.

연준 이코노미스트로 재직하며 의장 보좌관을 지낸 앤드루 레빈 다트머스대 경제학과 교수는 파월 지명자가 연준 안팎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연준이 갖고 있는 위험 중 하나는 외부와의 단절"이라며 "벽이 너무 높고 두껍다"고 경고했다.

yw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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