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금융권 수장 인선이 뒤집히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인선시 막판에 '제3의 인물'이 떠올라 선임된 데 이어, 한국증권금융 사장으로도 정치권 인사가 급부상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지원 전 사장이 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되며 공석이 된 증권금융 사장 자리에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최근까지 금융당국 고위 관료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다시 김 전 의원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참여연대와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문재인 대선캠프 정책특보를 역임했다. 금융위원장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예상과 다른 인물이 막판에 급부상해 금융권 수장에 임명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금융위원장에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최종구 수출입은행장이 임명됐다. 여당과 시민단체의 반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추천 등이 김 전 위원장 카드를 버리고 최 위원장을 선임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금감원장 인선 역시 마지막 순간에 바뀐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위가 최흥식 금감원장의 임명을 제청하기 하루 전까지도 금감원은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의 임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금감원 노조가 "김 전 총장의 임명을 환영한다"는 성명서까지 낼 정도였다.

김 전 총장 역시 시민단체가 금융 분야에 전문성이 없다며 반대했다. 김 전 총장은 지난달 말 한국항공우주(KAI) 사장에 임명됐다.

거래소 이사장 선임은 공모 과정에서부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거래소는 지난 9월 12일 이사장 후보를 추가 공모했다. 같은 달 4일 공모를 마감하고 13일 면접 심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유례없이 추가 공모 절차에 들어간 것이다.

1차 공모에 지원하면서 유력한 후보로 꼽혔던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추가 공모 후 지원을 중도에 철회했다. 대신 2차 공모에 지원한 정지원 증권금융 사장이 선임됐다.

정 사장은 거래소 노동조합의 반대에 부딪혀 2일 예정이었던 취임식에 입장하지 못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반년이 지났는데 아직 금융당국 고위직 인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며 "금융권 수장 인사가 막판에 뒤바뀌거나 금융당국 고위직 인사가 지연되는 것을 보면 인선에 지나칠 정도로 신중을 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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