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된 가운데 한국은행이 그가 매파나 비둘기파가 아닌 현명한 올빼미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내용의 참고 자료를 내놔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은 전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이사를 연준 의장으로 지명하는 것이 확실시된 상황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이사 관련 사항'이라는 참고 자료를 냈다.

이 자료에는 새 연준 의장 지명 경과와 함께 파월 이사의 학력과 경력, 연준에서의 활동,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예상 등의 내용이 담겼다.

눈에 띄는 대목은 한은이 리처드 피셔 전 댈러스 연준 총재의 말을 빌려, 파월 이사의 성향이 매나 비둘기가 아닌 '올빼미'에 속한다고 소개한 것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의 이런 움직임을 보인 배경에 시장 안정이라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풀이했다.

파월 이사의 연준 의장 지명으로 미국 통화정책의 연속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을 강조해 시장 참가자들을 안심시키려 해다는 해석이다.

파월 이사는 2012년 연준 이사로 취임한 후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모두 의장과 같은 입장을 취했다. 한은은 참고 자료에서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점진적 금융완화 축소라는 미국의 통화정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기준금리 인상 기대로 국내 채권시장의 심리가 취약해진 상태"라면서 "준칙주의자인 존 테일러 스탠퍼드 교수가 아니라 파월 이사가 새 연준 의장으로 선임되는 것은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일부 시장 관계자는 올빼미라는 표현을 금융규제 문제와 연결지어 해석했다.

선물사의 한 관계자는 "일단 올빼미라는 표현은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도 성향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한편으론 그런 표현에 금융규제 대상을 잘 집어낸다는 의미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그러나 한은 입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파월 이사의 차기 연준 의장 지명으로 한은이 국내 경제 여건을 반영해 통화정책을 결정할 여지가 커졌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한은이 대외 여건만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하지는 않지만, 매파인 테일러 교수가 새 연준 의장이 돼 미국이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낼 경우 한은 입장이 이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파월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으로 지명됨에 따라 한은이 경기와 물가 등 우리 경제의 여건에 맞춰서 통화정책 노선을 결정할 여지가 켜졌다"며 "한은은 참고 자료를 통해 이 부분을 시장에 알리고 싶었던 것"이라고 해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밤 백악관에서 내년 2월로 임기가 끝나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후임으로 파월 이사를 지명했다.

파월 이사는 상원에서 인준된다면 연준의 두 가지 책무인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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