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변명섭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이 대기업들의 공익재단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재벌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그동안 공익재단은 재벌들의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실태조사 결과는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공정위에 따르면 대기업의 공익재단 실태조사는 이달 착수해 내년 상반기까지는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일 5대 그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공익재단 실태조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현재 공익재단을 관리하는 주무부처가 다 다르고 부처에서도 상속·증여세 요건을 갖췄는지 파악하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며 "이번 실태조사는 규정의 준수 여부를 넘어서 공익재단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고 수익의 발생은 어떻고 부당지원이나 사익 편취는 없는지까지 알아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공익재단 실태조사는 지난 9월 신설된 기업집단국이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공정위 기업집단국 관계자는 "공익재단 실태조사를 시작하는 상황에서 아직 어떤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확실하게 말하기는 어렵다"며 "일단 공익재단의 정의와 기업별 공익재단 보유 상황부터 점검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5대 그룹의 공익재단 현황을 살펴보면 먼저 삼성그룹이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3곳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삼성문화재단이 4.68%,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18% 지분을 보유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정몽구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현대차정몽구재단은 현대글로비스 4.46%, 이노션 9.00%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LG그룹은 LG연암문화재단과 LG연암학원 등 2곳, SK그룹은 한국고등교육재단과 행복나눔재단 등 2곳, 롯데그룹은 롯데문화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장학재단 등 3곳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2015년 기준 경제개혁연대, 사진)은 롯데문화재단이 6개 계열사, 롯데장학재단이 8개 계열사의 지분을 각각 보유해 공익재단이 지배구조에 끼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은 지주회사로 탈바꿈하면서 롯데장학재단이 기존 롯데제과 지분으로 롯데지주의 지분 8.69% 보유하게 돼 지주회사 전환 이후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됐다.

경제개혁연대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 중 다수가 그룹의 지주회사 또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중요 계열사로 보인다"며 "그룹 소유지배구조에 적지 않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msb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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