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한용 기자 = 손해보험사들이 장기 국채의 새로운 매수 주체로 부상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손보사의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져 만기가 긴 자산에 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6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2017년 6월 말 현재 상위 6개 손보사의 부채 듀레이션 단순평균은 7.9년으로, 2016년 말의 6.7년에 비해 1.2년 늘어났다. 올해 6월 수치는 강화된 조건(25년 구간 추가)을 반영해 산출한 결과다.

다른 분석에 따르면 2015년 말을 기준으로 5년 수준인 손보업계 전반의 부채 듀레이션은 30년 구간을 추가한 결과 약 8년으로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올해 6월 보험사들에 부채 듀레이션을 기존 20년에서 30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은 올해 부채 듀레이션 산정 시 25년 구간을, 내년에는 30년 구간을 추가해야 한다.

기존에는 보험상품의 만기가 20년을 초과하더라도 20년으로 보고 부채 듀레이션을 산출했다.

25년과 30년 구간이 신설되면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지는데 이는 손보사들의 자산과 부채 만기 불일치와 지급여력(RBC)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는 한편 장기 채권 투자 유인을 크게 만든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손보사들이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지는 데 대응해 국고채 10년~15년물에 투자할 것"이라며 "손보사 부채 듀레이션은 최종적으로 실질에 맞게 조정되더라도 생보사보다 짧은 10년 안팎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손보사의 총 운용자산 규모는 217조 원으로 생보사 644조 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운용자산의 27%가 국공채에 투자되며, 연평균 약 6조 원씩 국공채 잔고가 늘어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부채와 자산 간 듀레이션 갭 축소가 생각보다 더디게 이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듀레이션 갭이 큰 손보사들은 10년물뿐 아니라 30년 등 초장기물에도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보사들은 그러나 듀레이션 갭 축소만을 이유로 장기 국채 투자 확대 결정을 내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보험사 관계자는 "단순히 듀레이션 맞추기 위해 10년, 30년 국고채를 사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며 "이율이 높은 단기 대출이나 기업금융 등에 힘을 실으려면 30년물 위주로 사야 하겠지만, RBC비율 때문에 일부러 30년물에 투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최장 만기 30년 수준의 부채 듀레이션에 매칭하기 위해선 20~50년물 국채의 편입이 불가피하지만, 시장 금리의 점진적 상승과 이에 따른 평가손실이 예상되기 때문에 매입 시기와 규모에 대한 탄력적 의사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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