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실, 4개의 3D프린터로 주방가전 모형 제작

워터소믈리에·레시피 전문가·김치연구가 등 이색연구원



(창원=연합인포맥스) 정선미 기자 = LG전자 창원1사업장에 위치한 창원R&D센터는 냉장고와 정수기, 오븐레인지, 식기세척기 등 주방가전 제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곳이다.

기존에 제품별로 흩어져있던 연구조직을 한데 모으면서 1천500여명이 연구원이 입주했다. 지하 2층, 지상 20층 건물로 아파트 높이로는 40층 정도로 창원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6일 창원R&D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난 송대현 H&A사업본부장(사장)은 "LG전자 주방가전의 메카 혹은 산실이라고 표현한다. 기술·특허 등 모든 유무형의 재산, 경험을 가지고 생명을 불어넣는 곳이다. 연구원들의 창의성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냉장고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한 R&D센터는 전통 창틀 모양을 모티브로 수평과 수직 프레임을 강조한 '미래형 융복한 연구소'로 소개했다.

매직스페이스(스마트 노크온) 냉장고와 정수기 냉장고, 직수관 퓨리케어 정수기, 국내 최초로 인버터를 적용한 광파 오븐이 모두 이곳에서 개발됐다.

전 세계 약 170여개국에 공급하는 주방가전이 모두 이곳에서 개발된다.







◇750대 주방가전 들어선 시료보관실·최첨단 3D 프린터실

건물의 지하 1층과 2층에는 냉장고 수백대와 오븐, 식기세척기 등이 들어선 시료보관실이 자리잡고 있다.

개발 중인 모든 제품을 모아놓은 곳으로, 각각의 제품마다 담당하는 연구원들의 이름이 붙여져 있었다. 아직 출시되지 않은 제품으로 제품 개발, 신제품 기획 때마다 연구원들이 들러 아이디어를 얻는 곳이기도 하다.

연구원들에게는 도서관과도 같은 곳이다.

R&D센터 연구인력이 1천500명인 것을 고려하면 보관하는 시료의 종류만 750대인 것은 상당한 숫자다.

LG전자는 주방가전 연구소를 통합하기 전에 각 제품을 담당하는 연구소에서 개별적으로 시료를 관리했지만, 창원R&D 센터에서는 시료를 통합해 보관하고 있다.

시료보관실이 아이디어를 얻는 곳이라면, 3D 프린터실은 미래에 나올 제품을 미리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R&D센터 4층에 자리잡은 3D 프린터실에는 4대의 3D 프린터가 나란히 늘어서 있다.

LG전자는 기존에 외부업체에 제품 모형 제작을 의뢰했으나 지난 2014년부터는 비용과 보안 문제를 이유로 3D 프린터를 연구소에 들여왔다.

LG전자 박수소리 연구원은 "3D 프린터를 도입해 모형 제작 시간은 30%, 비용은 연간 7억원가량 절약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3D 프린터의 가격은 한대당 8억에 이를 정도로 값이 비싸다. 나머지 두 대의 가격은 7천만원 수준으로 모두 3D프린터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미국의 3D시스템즈에서 들여왔다.

3D프린터는 플라스틱 액체가 겹겹이 쌓여가면서 모형이 완성되기도 하고 UV 광선을 쏘는 방법으로 모형을 만들기도 한다.

장비의 최대 높이는 90센티미터로 냉장고 문까지도 만들 수 있어 냉장고 사업부에서 제작하는 부품의 80%를 커버하고 있다고 박 연구원은 말했다.











◇레시피 전문가가 모인 글로벌 쿠킹룸

R&D센터 14층에는 글로벌 쿠킹룸, 즉 요리개발실이 마련돼 있다.

이곳에서는 연구원들이 화덕과 상업용 오븐, 제빵기, 야외용 그릴 등 다양한 조리기기를 갖추고 전세계의 다양한 요리를 직접 조리하며 제품을 개발하는 곳이다.

레시피 전문가 박소영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고 표준레시피를 정량화하는 곳"이라면서 "전통적으로 만든 요리법과 자사제품으로 만든 요리가 같게하는 것이다. 레시피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고 맛있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최근 '수비드'라는 완전히 새로운 조리방식을 적용한 레인지를 미국 시장에 출시했다.

수비드는 밀폐된 비닐 봉지에 담긴 음식물을 미지근한 물 속에 오랫동안 데우는 조리방법으로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하지만 고급 레스토랑에서 쓰이는 조리 방법이다.

R&D센터에는 레시피 연구가 말고도 이색 연구원이 더 있다.

워터 소믈리에와 김치 연구가 등이다.

워터소믈리에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자격을 인정한 물 감별 전문가이다.

LG전자 정수기BD 정수기 QE 파트의 이병기 선임 연구원은 정수기에서 나오는 물의 맛과 품질을 평가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정수기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물맛이나 냄새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고 수질과 관련된 불만이나 문의가 들어오면 직접 고객을 찾아가 이상 유무를 확인해준다.

김치 맛을 전담해서 연구하는 김치의 달인도 있다.

냉장고 RD/ED의 김은정 책임 연구원은 김치 숙성을 연구하기 위해 청국장, 취두부, 요구르트 등 전세계의 발표 식품들도 참고했다.

디오스 김치냉장고의 고유 기능인 '뉴 유산균 김치+'는 김 연구원의 작품이다.

김 연구원은 "막거리 발표 때 소리나 나는 것처럼 김치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연구를 진행했는데 김치 발표 때 '톡톡' 소리가 나는 걸 확인했고 이를 통해 디오스 '김치톡톡' 브랜드가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LG전자는 6천여억원을 들여 창원1사업장을 오는 2023년까지 스마트공장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LG전자는 창원사업장이 최첨단 연구개발 센터와 스마트공장을 모두 갖춘 LG 생활가전의 메카로 거듭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생산 효율을 높여 현재 연간 200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을 연간 300만대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sm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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