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코스닥 상장사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자사주 매입이 이어지고 있다. 주주 가치 제고 차원의 매입이라 하지만, 유통물량이 계속 줄어들면서 오히려 부정적 파급효과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KEB 하나은행과 4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그간 주가 안정과 주주 가치 증대를 목표로 꾸준히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해왔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계약을 맺었다.

이 증권사는 주요 증권주 중에서 유일하게 코스닥에 상장된 종목이다. 올해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증권업종은 30% 가까이 올랐다. 그러나 이베스트투자증권의 경우 코스닥에 편입돼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최대주주의 지분 매각 이슈가 불거지며 주가는 급등락을 오갔다. 그러나 아프로서비스그룹과의 본계약 체결이 무산되고 호반건설의 인수설도 불발하며 주가는 박스권에 갇혔다. 연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3%에 불과했다.

연이은 자사주 취득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주가 제고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유통물량만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화면번호 8204), 지난해 이베스트증권은 자사주를 68만주 취득하고 이 중 31만주를 처분했다. 같은 기간 장내 거래량은 단 86만주였다. 일각에서 상장폐지를 모면하기 위한 자전거래의 일종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이유다.

현재 최대주주 보유지분과 자기주식을 제외한 이베스트투자증권의 소액주주 비율은 2.95% 수준이다. 이번에 체결한 신탁계약으로 자기주식 취득 수량이 순증했다고 가정하면 소액주주 비율은 2%대 초반으로 하락하게 된다.

한국거래소는 월평균 거래량이 유통주식수의 1%보다 적은 상황이 2분기 연속 발생하거나 소액주주 지분이 20% 미만일 경우 상장폐지 사유로 규정했다. 그러나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다른 증권사와 유동성 공급(LP) 계약을 체결해 이 기준을 비껴갔다.

실제로 호반건설과의 매각 추진설이 불거진 8월에 거래량이 폭발한 것을 제외하면, 올해 이베스트증권의 월평균 거래량은 6만주에 불과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량이 워낙 적어 주주들의 투자 회수를 위해 자사주를 취득했으나 이로 인해 오히려 유통물량은 더욱 줄었다"며 "대주주의 지배력은 계속 높아졌으며 배당 수익도 고스란히 이들에게 돌아가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유통물량이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어 적정 가치의 발견이라는 시장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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