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인프라(사회간접자본)를 재건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글로벌 건설사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저유가 등으로 줄어버린 일감을 되찾을 기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진출이 중동 등과는 다른 특성이 있어 시기적인 전략 구분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8일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 건설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건설사는 올해 태평양·북미 지역에서 17건의 공사를 따냈다. 총금액은 5억5천226만달러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건수는 4건, 금액은 절반 이상이 감소했다.





국내 건설사에 미국 시장은 아직 불모지나 다름없다. 전체 해외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도 되지 않는다.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로 나간다고 하면 열에 아홉은 중동 아니면 아시아에 치우치는 게 현실이다.

저유가가 장기화하면서 중동에서는 발주가 줄고 착공에 들어간 프로젝트도 적자의 원인이 되고 있다. 아시아 시장은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의 우위가 약해지면서 활로 찾기가 만만치 않다. 국내 건설사들도 선진국 시장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인프라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건설사의 이목을 받고 있다. 미국은 이미 글로벌 건설사의 각축장이다. 미국 건설시장에서 해외기업이 차지하는 매출 규모도 2010년에는 329억달러였지만, 재작년에는 534억달러에 이른다.

독일과 스페인의 건설사는 2015년 기준으로 매출의 25% 내외가 미국에서 나온다. 일본도 10% 정도는 미국에서 담당한다. 중국은 7%대고 호주도 5% 정도다.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인수합병(M&A)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처음부터 자본력을 투입해 인수합병을 이룬 사례들이 있는데 ▲차이나 컨스트럭션 아메리카(China Construction America) ▲드라가도스(Dragados) ▲혹티에프(Hochtief) ▲페로비알(Ferrovial) 등의 기업이 우수사례로 꼽힌다.

다만, 지금까지 국내 건설사가 진출한 중동 등의 국가와 미국의 차이가 있어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최석인 건설산업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은 "미국 등 선진국 건설시장에서 직접 수주는 어렵다"며 "중동 등 해외건설시장에서 거둔 성과는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만, 미국은 발주 및 입·낙찰 방식, 계약 등 여러 측면에서 주별, 발주기관별로 특징이 다양해 특정 업체가 전체 미국 시장을 커버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단기적으로는 M&A를 시도하고 장기적으로는 현지 법인이 성장도 꾀할 수 있다"며 "미국 시장 진출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의 접근 방식과는 전혀 다른 중장기의 준비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영역이다"고 덧붙였다.

jh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