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현정 기자 = DGB금융지주가 숙원이던 증권사 인수에 성공하면서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다만 박인규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관련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 막판 변수가 될 전망이다.

8일 DGB금융지주는 이사회를 열고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하이투자증권 지분 85.32%를 매입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하이투자증권을 비롯해 하이자산운용과 현대선물 등 하이투자증권 자회사도 같이 인수하기로 했다.

DGB금융은 9일 현대미포조선과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할 계획이다. 이후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면 내년 1분기 중으로 하이투자증권을 최종인수할 수 있게 된다.

인수가격은 4천5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줬다.

DGB금융은 증권사가 매물로 나올 때마다 인수후보로 거론됐다. 은행·보험·자산운용·캐피탈 등 대부분의 금융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은행계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증권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아 은행과의 시너지 창출에 한계가 있었다.

특히 경남은행 인수전에서 BNK금융지주에 고배를 마시자 박 회장은 지주사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해 꾸준히 인수·합병(M&A) 매물을 탐색해왔다.

이 때문에 하이투자증권이 매물로 나왔을 때도 DGB금융은 인수후보 1순위로 꼽혔다. 박 회장이 경찰 수사를 받으며 협상에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더는 증권사 인수를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밀어붙였다.

이번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성공함에 따라 DGB금융은 2020년까지 증권사를 인수해 지방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장기 경영비전 달성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시장에서도 DGB금융의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이투자증권 인수가가 순 자산의 0.77배 수준으로 비싸지 않은 데다 경남권 진출 교두보 역할이 기대된다"며 "기업고객의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회사채 발행 등 기업투자금융(CIB) 영업이 확대될 여지가 높고 복합점포 개설을 통해 증권 상품 판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박 회장 등 경영진이 대구은행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돼 경찰 조사를 받는 점은 여전히 걸림돌이다.

경찰 수사 결과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DGB금융이 기관경고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기관 임원이 위법 부당행위의 주된 관련자이거나 다수의 임원이 위법·부당행위에 관련된 경우 금융감독원으로부터 기관경고를 받을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기관경고를 받은 금융사에 1년간 다른 금융회사의 대주주 자격을 제한하고 있다. ‘

최악의 경우에는 하이투자증권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

박 회장은 2014년 3월부터 올 7월까지 대구은행 간부급 직원 5명과 함께 법인카드로 백화점 상품권 등을 구매한 뒤 판매소에서 수수료를 제외하고 현금으로 바꾸는 일명 '상품권 깡'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달 13일과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16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상품권 액수가 약 33억 원이며 이 중 31억여 원을 비자금으로 만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DGB금융도 인수 협상을 진행하면서 대주주 적격성 심사 통과 등 관련 부분에 대한 법률적인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DGB금융이 기관경고 통보를 받아도 금융지주회사 특례조항으로 자격 제한을 받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등이 논란이 된 만큼 심사가 한층 까다로워질 것으로 보여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hj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