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혁신위 1차 권고안 무의미…보완책 필요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은행권이 초대형 IB의 발행 어음 업무에 제동을 걸었다.

초대형 IB에 발행 어음 업무를 허용하면 증권사가 라이선스 없이 은행업을 수행하는 것과 같다며 이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로써 전업주의와 겸업주의를 둘러싼 은행과 증권사 간 해묵은 논쟁은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게 됐다.

은행연합회는 9일 초대형 IB에 발행 어음 업무 인가 절차를 추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인가를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초대형 IB를 육성하는 것은 모험자본을 늘려 생산적인 금융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발행 어음 업무는 신생 기업이나 혁신 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방안의 하나로 검토됐다.

하지만 원리금을 보장하고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아 발행 어음을 모험자본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은행권의 생각이다.

증권사의 발행 어음 업무가 가능해진다면 대규모 자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는 현재 초대형 IB의 도입 취지에 맞게 기업 신용공여 범위를 축소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 10월 금융위 민간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도 초대형 IB와 관련해 업권간 형평성과 건전성 규제 문제를 지적했다.

은행연합회는 "국회에서 이런 논의와 후속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발행 어음을 통해 조달된 대규모 자금이 다른 용도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며 "내달 발표될 혁신위의 최종 권고안이 무의미해질 수 있으며, 업권간 형평성 문제 등도 아무런 보완책이 마련되지 못한 상태에서 현실화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도록 자본을 확충하고 인수합병(M&A)자문 등 투자은행 본연의 업무를 확대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부의 초대형 IB 육성정책은 공감한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정부가 초대형 IB에 허용하려는 발행 어음과 IMA(종합투자계좌) 업무는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원리금 보장 상품을 판매해 자금을 조달, 이를 통한 조달자금을 기업에 대출하는 것으로 일반 상업은행의 업무에 해당한다는 게 은행권의 주장이다.

은행연합회는 "과거 단자사나 종금사가 영위했던 단기대출업무에 치중할 우려가 커 초대형 IB 육성정책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초대형 IB에 대해 발행 어음과 IMA 업무를 허용하는 것은 은행업 라이선스 없이 은행업을 수행토록 하는 것과 같다"며 "이는 업권간 불평등, 건전성 규제 공백, 금산분리 원칙 무력화 등 수많은 문제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초대형 IB에 발행 어음 업무를 인가하는 것은 최소한 국회와 혁신위 등에서 제기된 문제점의 충분한 검토와 보완책 마련이 완료된 이후 추진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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