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미란 기자 = 한국투자증권이 오는 13일 우리나라의 첫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출범할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선점 효과를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오는 13일 정례회의를 열고 한국투자증권 단기어음 발행업 인가 안건을 상정할 예정이다.

금융위 정례회의는 격주 수요일에 열린다. 이에 따라 지난 8일이 예정일이었지만,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와 일정이 겹치며 오는 13일로 미뤄졌다.

정례회의에서 단기어음 발행업 인가 안건이 통과되면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의 2배 이내에서 만기 1년 이내 확정금리 어음을 발행할 수 있다.

단기어음은 증권업계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은행 차입금이나 환매조건부채권(RP), 주가연계증권(ELS)보다 매력적이다.

은행 차입금은 대출금리가 높은 데다 규모를 쉽게 늘릴 수 없다. RP는 대출금리보다 금리가 낮지만 의무적으로 채권에 투자해야 해서 운용이 자유롭지 않다.

ELS 역시 채권을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하고, 헤지 과정에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NH투자증권은 금융당국이 단기어음 발행 인가 여부를 심사하고 있다. 함께 인가 신청을 한 삼성증권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이 진행 중인데 따라 인가 심사도 보류됐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와 KB증권, NH투자증권은 심사가 진행 중이다"며 "자격을 갖추는 대로 단기어음 발행을 인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IB 시장에 첫 진출하면서 선점 효과를 누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단기어음 금리도 관심 사항이다. 투자자들에게 금리를 얼마로 제시하느냐에 따라 시장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투자증권이 발행 어음 인가에 우선 상정됐기 때문에 현재 심사가 진행 중인 다른 대형 증권사보다 시장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강 연구원은 "발행 어음 운용을 위한 자금조달 과정에서 IB 부서의 전사이익 기여도는 확대될 여지가 있다"며 "내년 IB와 트레이딩에서의 대형사 집중 현상을 한국투자증권이 주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투자증권의 단기어음 금리는 연 2% 내외일 전망이다.

현재 증권사들의 RP 금리인 연 1.4~1.6%과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내놓은 '특판 RP' 금리인 연 3%대의 중간 수준이다. RP는 의무적으로 채권에 투자해야 해서 금리를 높게 책정하기 어렵다.

반면 단기어음은 수탁금의 50%를 기업금융에 우선 투자하고 남은 50% 중 최대 30%를 부동산 자산, 나머지를 유동성 자산으로 관리할 수 있어 RP보다는 금리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부 조직인 '자산부채관리위원회'(ALCO)를 통해 발행 금리를 결정할 예정이다.

mr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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