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외국계 은행과 홍콩 은행들의 중국 본토 대출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9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외국계 은행들의 중국 본토 대출액이 1조8천90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피치는 본토 시장의 유동성 긴축과 홍콩의 유동성 증가, 중국 기업들의 역외 투자 등이 맞물려 외국계 은행들의 본토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글로벌 은행들이 중국 본토 시장의 성장을 기대해 앞다퉈 뛰어드는 점도 이러한 수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피치는 진단했다.

피치는 "은행들의 본토 대출에 따른 '보상'이 '위험'을 웃도는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라면서도 다만 "몇 년 전보다는 지금 상황이 덜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외국계 은행들은 중국에서 큰 손실을 경험해보지 못했으며, 대출의 상당 부문은 위안화 절상으로 이익을 내길 바라는 기업들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위안화의 갑작스러운 절하로 이런 전략은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

피치는 "2015년과 2016년 외국계 은행들이 본토 익스포저를 축소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피치는 "최근에 중국 대출이 증가한 것은 기업들의 실질적 수요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은행들의 본토 대출도 6월 말 기준 9천960억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들의 3분의 2가량은 본토 은행들이 홍콩에서 운영하는 지점이나 계열사들이다.

이들의 본토의 익스포저는 홍콩 전체 은행 자산의 31%에 달해 작년 말 27%에서 비중이 증가했다.

ANZ의 레이먼드 영 중화권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은행들이 본토 대출을 늘리는 데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면서 금리가 오르고 있어 기업들이 초기에 좋은 차입금리를 확보하려고 하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본토의 유동성은 타이트해졌지만, 홍콩은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해 홍콩에서 차입하기가 더 수월하다"라고 말했다.

또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서 자금을 써야 할 경우 본토는 자본이체 규정 등에 제재를 받지만, 홍콩에서 차입할 경우 규제가 더 적다는 이점도 작용하고 있다"고 영 이코노미스트는 설명했다.

중국 당국의 자본유출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점도 이러한 추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OCBC 윙항은행의 캐리 리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로 중국 당국은 기업들에 중국 내 투자를 위해 역외에서 차입에 나설 것을 독려하고 있다"라며 "역외에서 차입할 경우 자본유입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들어 "자본유출에 대한 우려가 약화하고 있으며 본토 유동성도 3분기 들어 더 완화돼 차입금리가 둔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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