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황윤정 기자 = 금융지주 계열 간 시너지라는 명목하에 계열사 직원들에게 과도한 영업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사의 경우 금융업과는 무관한 캠페인까지 직원들에게 과제로 주어져 원성을 사고 있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NH투자증권을 비롯한 농협금융지주 계열사들은 '농업가치 헌법 반영 1천만명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서명운동의 취지는 농업의 공익적 기능과 중요성을 헌법에 명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회사 건물 로비에 데스크를 두고 동참을 독려하는 등 전사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직원들에게 과도한 할당량이 배정됐다는 데 있다.

NH투자증권과 NH아문디자산운용, NH선물 등 주요 계열사에서는 전 직원이 의무적으로 서명운동에 동참하도록 했다. 일부 계열에선 직원 한 명당 1백명의 서명을 받아오라는 지시까지 떨어졌다.

NH투자증권을 비롯해 금융투자업에 속한 계열사 임직원은 3천여명이다. 한 명당 100명씩 유치하면 30만명에 달하는 인원이 서명운동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증권업계에서 특정 상품이 출시되거나 전사 역량을 동원해 드라이브를 걸고자 할 때, 직원들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시행하는 사례는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그러나 NH투자증권의 경우 올해에만 이러한 캠페인이 서너 번째 반복되면서 직원들의 피로감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상반기 중에는 NH투자증권이 모바일 증권거래 플랫폼 '나무(NAMUH)'를 출시하며 직원들에게도 신규 계좌를 유치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후 금융지주 공동 플랫폼인 '올원뱅크'가 출시되면서 한 직원당 10건의 회원가입을 유치하라는 캠페인이 시작됐고, 이어 NH농협 채움카드도 한 명당 2장씩 발급해야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의 경우 은행 등 기타 계열사의 상품 고객을 유치하라는 지시가 많다"며 "NH투자증권도 농협금융지주에 편입된 이후 부쩍 이런 캠페인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신규 계좌나 상품 판매 등의 실적이 직접적으로 인사 고과에는 반영되지 않는다고는 하더라도, 정성적 척도로 작용할 것이라는 부담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증권업과는 특별히 상관이 없는 농업 발전을 위한 서명운동 등은 업계 지인들에게 부탁하기에도 조금 머쓱한 측면이 있다"며 "임직원 수가 많은 계열사의 경우 부담이 덜하지만, 규모가 작은 계열사의 부담은 더욱 크다"고 덧붙였다.

yj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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