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 간에 체결한 2천500억 달러 규모 경제협력 합의가 최종 결과치와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부적인 내용이 부족해 최종 합의 과정에서 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거래액의 많은 부문이 최종액과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양국은 이날 국가 간 단일 경제협력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2천530억 달러가량의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양국의 이 같은 투자 합의는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라고 중국을 압박해온 트럼프 대통령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하지만 투자 합의는 기존 계약을 그대로 이행하는 것이거나 혹은 세부적인 내용이 결여돼 있어 상황에 따라 투자가 파기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례로 미국 퀄컴은 중국 샤오미·오포·비보에 반도체 120억 달러어치를 판매하기로 했지만, 이는 구속력이 없을 뿐만 아니라 3년에 걸친 금액으로 기본적으로 기존 주문량과 같다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퀄컴 대변인은 답변을 거부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번 합의에서 최대 거래로 기록된 중국의 837억 달러짜리 투자 계획도 중국에너지투자공사가 웨스트버지니아 셰일가스와 화학제품에 투자하기로 예비 합의서를 작성했지만, 여기엔 미국 기업이 참여하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금액도 앞으로 20년간 투자될 것을 예측한 수치다.

두 번째로 큰 430억 달러짜리 거래인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는 여전히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협상 중인 거래다.

알래스카가스라인개발의 케이스 메이어 사장은 가스관 개발로 2024년이나 2025년부터 연간 80~100억 달러가량의 수익이 날 것으로 기대되지만,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과의 최종 합의는 내년에 이뤄질 것이라고 말해 최종 합의가 아직 남았음을 시사했다.

버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휴고 브레난 아시아 담당 애널리스트는 "해당 거래는 정략적인 것일 수 있지만, 구속력이 없다는 점에서 시노펙은 앞으로 해당 거래에서 조용히 물러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항공사 보잉이 중국에 370억 달러어치의 비행기 300대를 공급하기로 한 계약도 새로울 게 없다는 분석이 나왔다.

항공전문정보업체 파이트글로벌은 보잉은 미확인 구매자로부터 1천 대 이상의 주문을 받아둔 상태로 주문의 상당수가 중국 구매자로 추정된다며 이 때문에 이번 주문이 새로운 것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보잉은 지난 2015년 시진핑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380억 달러어치의 비행기 구매를 발표하는 등 중요한 정치적 이벤트에 맞춰 대규모 수주 소식을 발표해왔다.

이러다 보니 일각에서는 이번 경협의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외경제무역대학교의 추이 판 교수는 "일부 거래는 종결되는 데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며 일부는 좀 더 세부적인 작업이 필요하거나 혹은 정부의 검토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 컨설팅업체 우드 맥켄지의 케리-앤 생크스는 알래스카 프로젝트도 개발 초기 단계로 "상업적 틀과 마케팅 계획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일부 합의는 예비적 성격이 많아 양국 정부가 서명 안에 세부적인 내용을 거의 발표하지 않은 상태다.

미 대사관 측은 일부 거래에 대한 추가 정보를 다음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부 기업들은 해당 합의를 비공개로 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많은 이코노미스트와 기업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트럼프의 대중 무역적자 해소에는 별다른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윌리엄 자리트 주중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은 "많은 거래가 있었지만, 의문은 여전하다"라며 "(무역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것이 이뤄졌나"라고 반문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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