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기관 투자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금융당국이 이를 주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시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2일 '국내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선결 과제' 보고서에서 제도가 실제로 유의한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규제 당국의 역할 강화하기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민간 주도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이행, 그리고 원칙 준수 또는 설명(comply or explain) 기준을 유지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그 실효성이 낮을 수 있다"며 "규제 당국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며 영국과 같이 코드 참여자의 충실성을 평가하는 제도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수탁자로 기관 투자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관 투자자를 포함한 주주들의 적극적인 행동이 부족했다는 인식 아래 2010년 영국에서 최초로 제정됐다.

최근에는 일본과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도입했고, 국내에서는 민간 제정위원회를 통해 스튜어드십 코드가 지난해 연말 마련됐다.

현재 이를 도입한 곳은 8곳의 자산운용사에 불과하다.

다만 국민연금을 비롯해 자산운용사 46곳과 보험사 2곳, 투자자문사 1곳, 은행 1곳이 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위한 선결 과제로 금융당국의 공시제도 강화와 경쟁적인 의안 분석서비스 시장 형성, 사후 평가제도 도입 등을 제시했다.

그간 국내 기관 투자자는 의결권을 행사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90여 곳 기관 투자자의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 공시(개별신고 1천687건, 일괄신고 78건) 중 단 한 건이라도 반대를 행사한 기관 투자자는 27곳에 그쳤다.

이 연구위원은 "주주의 특성과 이해관계, 주주 간 이해 상충 여지, 의결권 행사나 불행사 동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해당 시점의 지분이나 거래관계를 보다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공시 요건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독과점적인 의안 분석서비스를 활용할 경우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주식 공동보유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도 있다"며 "국내에서 경쟁적인 의안 분석서비스 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정책적인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영국 금융당국의 'Tiering of signatories' 제도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는 금융당국에서 기관 투자자의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충실성 수준을 평가하고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그룹은 일정 기간 이후 코드 참여자에서 퇴출하는 제도다.

이 연구위원은 "스튜어드십 코드는 제정과 운영 주체가 중요한 요인인데 사적 주체 주도로 운영할 경우 강제성이 낮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자율규율 방식으로 시작한 영국도 실효성이 낮을 것을 우려해 규제 당국이 주도하는 강제성 높은 규준의 형태로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국의 블랙록이나 뱅가드처럼 초대형 자산운용사의 지지와 같은 동력이 존재하는 경우 온전히 사적인 자율규제 방식도 실효성 있게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에서도 소유나 거래관계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외국계 대형 기관 투자자가 보다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주주 행동을 통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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