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연기금이 코스닥 종목을 연속해 사들이며 본격적인 매수 기대를 높이고 있다.

코스피 온기가 코스닥으로 서서히 옮겨가던 상황에서 정부가 연기금의 코스닥 비중을 확대하는 정책을 내놓고, 코스닥 중심의 자본시장 혁신 방안도 준비 중이어서 연기금의 코스닥 '러브콜'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기금은 지난달 8일부터 전 거래일까지 사흘 연속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했다. 이 기간 350억 원가량을 순매수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사흘 연속 순매도를 보여 2천25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 치웠다.

9월에도 연기금이 코스닥시장에서는 연속 순매수를 보였지만, 당시에는 유가증권시장과 동반 순매수였다.

북한 리스크가 가라앉으면서 팔아치웠던 주식을 다시 사들인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코스닥시장으로 자금 쏠림이 눈에 띈다.

이에 힘입어 지난주 코스피는 0.6% 소폭 하락한 반면 코스닥은 2.8%로 6주 연속 상승했다. 2,550대로 급등한 코스피는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코스닥은 720선을 돌파했다.

연합인포맥스 투자자별 매매동향(3330)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닥시장에서 연기금이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파라다이스다. 중국 사드 우려가 줄어들면서 매수세가 몰렸는데, 지난주에만 22.30% 주가가 급등했다.

이어 엘앤에프, CJE&M, 로엔, 포스코켐텍, 에코프로, 와이지-원, SK머티리얼즈 순으로 많이 사들였다. 모두 주가 상승세를 보였고, 단기간에 10% 이상 오른 종목도 3종목이나 된다. IT, 내수, 바이오 등 업종도 다양하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어닝시즌이 마무리되고 시장에 영향력 있는 경제지표 발표도 부재한 시기에 단기에 2,550으로 급등한 코스피는 잠시 숨고르기가 필요한 시기"라며 "반면 코스닥은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 상향 조정, 신용융자 최고치 돌파 등 실적과 수급 요인이 모두 우호적"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특히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정책과 연기금의 투자 확대는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하기에 충분하다"며 "12월 발표 예정인 코스닥시장 중심의 자본시장 혁신 방안은 코스닥시장 랠리에 촉매제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번 달 초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비중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늘려 10%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해 현재 코스피200 중심인 연기금 벤치마크 지수를 바꾼다.

연기금 투자풀의 코스닥주식 비중 확대를 위해 기금운용 성과를 평가할 때 운용상품 집중도 항목의 평가 배점도 높인다. 아울러 한국거래소 코스닥위원회의 독립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해 유가증권시장위원회와의 경쟁을 촉진한다. 코스닥시장 진입규제와 관행도 재정비할 계획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6월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에 119조1천억 원(97.4%), 코스닥시장에 2조6천억 원(2.6%)을 투자하고 있다. 10%까지 비중을 끌어올린다는 정부의 계획은 확실한 호재다.

또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모든 연기금이 대형주, 패시브 투자로 돌아선 것이 코스닥 부진의 이유였다는 점에서 벤치마크 개선과 기금평가 변경은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공제회 한 CIO는 "1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연기금은 따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라며 "공제회나 보험사 등 다른 큰 손 장기투자자들의 추종 여부가 관건인데, 코스닥시장에 실적 모멘텀 개선이 보이면 자금 흐름이 바뀐 만큼 따라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CIO는 "올해는 삼성전자 비중이 연기금, 공제회의 수익률을 갈랐다면 내년에는 종목 발굴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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