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기자 = 연기금들이 한 달 새 채권 듀레이션을 축소하고 있다.

금리 상승기를 맞아 장기물 만기 도래에도 신규 채권매입을 보류한 데다, 최근 장기물 발행이 저조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13일 연합인포맥스 투자주체별 장외채권 포트폴리오 포지션추이(화면번호 4256)에 따르면 전 영업일 기준 연기금의 채권 듀레이션은 4.66년이다.

이는 한 달 전보다 0.8년 정도 줄어든 수치다. 연기금 채권 듀레이션은 지난달 10일 4.74년에서 지속해서 줄어드는 모습이다.

이 가운데 연기금의 국내 채권투자 규모는 늘어나고 있다. 올해 초 연기금의 국내 채권 규모는 258조1천924억 원에서 지난달 270조 원을 넘겼다. 전 영업일 기준 273조7천57억 원을 나타내고 있다.

장기투자기관인 연기금은 장기물을 늘리기도 했지만, 단기물은 이보다 더 많이, 대폭 투자규모를 확대했다.

올해 초 연기금은 3년물 이하 채권을 26조1천513억 원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 영업일 기준 43조9천262억 원으로 보유규모를 늘리고 있다.

공제회 채권 운용역은 "최근 채권 듀레이션 축소는 연말 금리상승에 따른 보유채권 평가손실 우려로 인한 보유채권 매각의 가능성이 크다"며 "또 그동안 보유 평가이익 실현을 위한 매각일 수도 있는데 이 경우 현 상황에서는 신규 매입이 부담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공제회 채권운용역은 "연말에 접어들면서 금리가 오르자 듀레이션이 긴 쪽으로는 들어가긴 어렵다"며 "올해 9월 건설사 등 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회사채 발행이 많았던 반면, 장기물의 발행이 저조해 시장에 단기물 발행이 더 많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에 대다수 운용역이 듀레이션이 짧은 종목에 관심이 자연스레 커졌다"며 "올해 듀레이션이 긴 편이던 은행들의 후순위채권 발행이 지난해보다 줄어든 영향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편, 듀레이션 축소에 따라 연기금의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연기금 채권 운용역은 "듀레이션이 축소된다는 건 그만큼 장기물을 팔아야 한다는 말이다"며 "그만큼 장기채 매도에 따른 손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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