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원 기자 =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만기 회사채 '상환'기조를 이어왔던 정유업계가 올해 하반기 자금조달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정적인 업황에 힘입어 내부보유 현금을 충분히 쌓은 상황이지만, 만기도래 회사채가 대부분 하반기에 집중돼 재무 부담을 가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올해 만기도래 회사채 규모는 총 1조2천억원 수준이다.

현대오일뱅크가 하반기에만 3천800억원의 회사채 만기에 대응해야 하고, 에쓰오일과 GS칼텍스도 같은 기간 3천500억원과 2천500억원의 만기물량을 보유 중이다. 아울러 SK에너지도 하반기에 2천200억원의 회사채 만기를 맞는다.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만기물량은 3천200억원에 불과했던 반면, 하반기에는 4배가량의 만기도래 회사채가 대기 중인 상황"이라며 "그간의 상환 기조에서 벗어나 금융시장에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렇다 보니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2년 만에 회사채 발행 절차에 착수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만기도래 물량을 감안해 5·7년물로 2천억원 수준의 자금조달에 나설 예정이다. 수요예측 결과를 고려한 증액의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부채자본시장(DCM) 관계자는 "정유업계 회사채는 안정적이라는 인식이 강해 장기 투자자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 있는 물건"이라며 "떨어졌던 신용등급도 모두 회복된 만큼 투자자 확보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그간 회사채 시장의 '빅 이슈어'로 통했던 정유업계는 지난 2014년 적자 충격에 직면한 뒤 줄곧 만기 회사채의 상환에 주력해왔다.

2009년 말 1조4천500억원의 회사채 잔액을 보유하고 있던 SK에너지는 회사채 발행을 지속한 끝에 잔액 규모가 2015년 말 2조4천100억원까지 급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회사채 발행을 중단, 차입구조 안정화에 나선 결과 잔액 규모는 현재 2조원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GS칼텍스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3년 말 4조5천500억원까지 확대됐던 회사채 잔액 규모는 현재 2조8천억원 수준까지 '뚝' 떨어졌다.

지난 2014년 유가급락 시기를 기점으로 현금 흐름이 크게 악화, 재무 안정성에도 '경고음'이 울렸기 때문이다. 당시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정유업계의 신용등급 및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다만 정유업계 관계자는 "1년 만에 'V자 반등'에 성공한 뒤 호실적을 이어가면서 투자자들의 평가도 정반대로 변하고 있다"며 "회사채뿐 아니라 다양한 자금조달 옵션을 검토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앞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은 지난해 역대 최대치인 8조원에 육박하는 합산 영업이익을 거둔 바 있다.

j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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