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호 기자 = 연기금들은 정부의 벤처기업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활발하게 벤처펀드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과도한 '벤처 붐' 또한 경계하고 있다.

정부의 '팔 비틀기'와 시장 분위기에 휩쓸려 연기금이 무리하게 벤처기업과 코스닥 투자를 늘렸다가는 국민의 노후 자금이 손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만 5천억 원 가량의 연기금, 공제회 자금이 벤처 투자에 풀린다.

국민연금은 벤처캐피탈(VC) 운용사 6곳을 올해 선정해 총 2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벤처펀드 위탁사에 선정되면 세계 3대 연기금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자금을 굴린다는 '인증'을 얻게 돼 운용사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교직원공제회는 올해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 6곳을 선정해 최대 1천500억 원의 자금을 VC에 투입할 계획이며, 우정사업본부도 VC펀드에 500억 원가량을 투자한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일반리그'와 신생 펀드에 기회를 주는 '루키리그'를 나눠 VC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 총 5곳을 선정했고, 총 400억 원을 출자한다.

VC펀드는 성장 초·중기에 있는 유망 신기술을 가진 벤처기업에 지분투자 형식으로 투자한다. 스타트업으로 불리는 이 기업들은 고도의 기술력과 장래성은 있으나, 경영기반이 약해 VC펀드의 지원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네 바퀴 성장론'(일자리 성장, 소득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 경제)중 하나인 혁신성장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벤처기업이 경제 성장의 한 축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정부가 예산 8천억 원을 모태펀드 출자 사업에 투입하기로 하고, 모태펀드 운용사로 선정된 회사들은 연기금의 자금을 추가로 매칭해 펀드를 만들기 때문에 연기금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중소·벤처기업 비중이 높은 코스닥에 연기금을 투입해 혁신성장을 간접 지원하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정부는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비중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늘려 1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현재 코스피200 중심인 연기금 벤치마크 지수를 바꾸고 연기금투자풀이 코스닥에 투자 시 가점도 부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중·소형주 주식투자 제한 규정을 삭제해 코스닥시장 출격 준비를 마쳤으며, 사학연금도 국내 주식 투자풀인 투자 가능 종목군을 없애 중·소형주 투자를 위한 '허들'을 낮췄다.

연기금들은 2~3년 전부터 VC 투자를 시작했다.

대형주, 패시브 투자로 상장된 코스닥 투자는 줄었지만, 그 대안으로 성장성이 높은 벤처 발굴에 나섰다. 창업 초기 자금이 필요한 기업이 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도 있지만, 실패할 확률도 그만큼 크다.

옥석가리기가 중요한데, 현재 분위기로는 넘치는 유동자금이 어떻게든 투자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자칫 넘치는 유동자금에 가지 말아야 할 기업에 돈이 가지는 않을지 연기금들의 걱정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연기금 관계자는 "공제회 중 한 곳은 지난해 블라인드 VC펀드 100억 원을 설정했지만, 최근에서야 겨우 집행했다"며 "투자처가 없는데 돈만 풀리니 허술한 기업으로 투입될 수 있다"고 말했다.

hlee@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