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고유권 기자 = 우리나라 국민 셋 중 두 명은 20년 전 발생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본인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격차와 빈부 격차 확대 등 양극화가 심화하고, 비정규직 문제가 확대된 것도 IMF 외환위기의 탓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이는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IMF 외환위기 발생 20년을 맞아 지난달 23일부터 26일까지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을 상대로 시행한 조사(95% 신뢰 수준에서 표준오차 ±3.1%포인트) 결과다.

14일 KDI에 따르면 국민 57.4%는 지난 50년간 한국 경제의 가장 어려운 시기로 IMF 외환위기를 꼽았다.

두 번째로 답한 2010년 이후의 저성장 추세(26.6%)보다 두 배를 웃도는 수치다.

1970년대 석유파동(5.1%)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5.2%), 2006년 아파트값 폭등(4.2%) 등은 상대적으로 응답 비율이 낮았다.

응답자의 59.7%는 IMF 외환위기가 자신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고, 39.7%는 본인과 부모, 형제 등의 실직과 부도를 경험했으며, 64.4%는 경제위기에 따른 심리적 위축을 느꼈다고 답했다.

특히 자영업자(67.2%)와 대학생(68.9%)이 IMF 외환위기의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고 평가했다.

응답자의 57.5%는 외환위기로 국가관에 대한 변화를 경험했다고도 했다.

그만큼 IMF 외환위기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국민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풀이된다.

응답자의 24.5%는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강도 높게 진행된 구조조정으로 대기업과 금융기관의 건전성과 경쟁력이 높아지는 긍정적 효과를 얻었다고 평가하면서도, 31.8%는 소득 격차와 빈부 격차 확대 등 양극화가 심화하는 부정적 영향을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외환위기가 현재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 중 가장 큰 문제로 꼽은 것은 비정규직 문제 심화로 응답자가 88.8%에 달했다. 공무원이나 교사 등과 같은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계기가 됐다는 응답자도 86%에 이르렀다.

IMF 외환위기 발생 20년을 맞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경제적 측면에서는 일자리 창출 및 고용 안정성 강화(31.1%)를 꼽았고, 사회적 측면에서는 부정부패 척결을 통한 신뢰구축(32.7%)과 저출산 및 고령화 대책 마련(32.5%)을 지목했다.

한편,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한 원동력으로 범국민적 금 모으기 운동 등 국민단합(54.4%)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구조조정ㆍ공공개혁(15.2%), 구제금융(15.0%) 등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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