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올해 기업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히는 대우건설 매각이 시작되며 기업가치 평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매각 공고에 탄력을 받던 주가가 정작 예비입찰마감 부근에 하락세를 보이기 때문인데 불안정한 실적 변동성, 주택경기 등이 해결과제로 거론됐다.

14일 연합인포맥스의 주식 종목시세 일별 추이(화면번호 3121)를 보면 KDB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 공고를 낸 지난 10월 초, 대우건설의 주가는 7천150원 부근이었다. 같은 달 23일 이동걸 산은 회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대우건설 매각 의지를 천명하며 주가는 7천500원선을 넘었다. 매각이 투자자에게 호재로 인식된 셈이다.

후끈하던 분위기는 이달 들어 돌변했다. 지난 2일에는 공매도만 약 170만주 나오며 공매도 과열 종목에 지정됐다. 당시 6.8% 주가가 내렸고 이후 7일에 4.5%, 전일에는 5.9% 급락했다. 지난 9일과 10일을 제외하면 대우건설의 주가가 오른 적이 없다.





이런 추세면 지난 2월 10일 이후 처음으로 5천원대로 내려갈 위기다. 산은이 2010년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주가가 1만8천원 정도다. 적정 회수 주가로 거론되던 1만3천원은 멀어졌고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더라도 총 매각가가 2조원을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지경이다.

산은은 대우건설의 지분을 50.75%(2억1천93만1천여주) 보유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30%로 봐도 2조원이 되려면 한 주당 7천300원가량은 돼야 한다. 산은은 대우건설 인수에 3조2천억원을 들였다.

대우건설의 주가는 지난 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흔들렸다. 분기 영업이익 1천138억원은 시장 예상의 약 절반이다. 지난해 4·4분기에 단행한 빅배스(Big Bath, 대규모 손실처리) 이후에 또다시 해외원가율 문제가 불거졌다. 증권가는 전분기 대우건설의 해외원가율을 126.8%로 내다봤다.

송유림 한화증권 연구원은 "대우건설은 내년에 매출액 부문에서 역성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며 "해외 부문 원가율이 고르지 못한 점은 앞으로 실적에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3·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친 상황에서 대주주인 산은의 매각 의지가 자칫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경우 대우건설의 주가 회복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우건설의 주가는 저평가된 것으로 판단되지만, 산은이 이전과 다르게 매각 자체에 만족한다는 시그널을 주면 매수 의향자 등 주가를 낮추려는 세력의 영향으로 상승세에 부침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우건설의 미래가치는 실질적으로 매수자에게 달린 만큼 매각 과정에서 비전이 제시되는지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전일 마감한 대우건설 매각 예비입찰에는 호반건설, 미국 에이컴 등 10여 곳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산은은 조만간 적격 인수후보(숏-리스트)를 추리고 내달 이들을 상대로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우선협상자 선정은 내년 초다.

jh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