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최진우 기자 = 대우건설의 예비입찰제안서 마감 결과 중동, 중국, 미국 등 국내외 10여곳이 참여의향을 보인 것으로 파악돼 글로벌 매각 구도가 확정됐다. 대우건설의 기술력과 공사수행능력에 대한 국가별 입장차이가 가격 경쟁의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일 마감된 대우건설 예비입찰제안서 접수에는 국내 건설사 외에도 중동, 중국, 미국 등 10여곳이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매각 구도가 확정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업계에서는 포스코건설 지분 매각을 주관했던 BoA 메릴린치가 매각 주관사에 선정되며 중동계 자본 인수가 유력할 것으로 바라봤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포스코건설 지분 20%를 인수한 경험이 있는 데다 최근 국영석유기업 아람코의 IPO로 실탄도 넉넉한 상태다. 지난해 발표한 비전2030으로 사우디 내 인프라 건설 수요가 차고 넘친다는 점도 참여를 점쳤던 근거다.

다만 최근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단교 사태, 사우디 내부 권력 승계 문제 등이 불거지며 참여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중국 자본의 참여는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대우건설의 플랜트 등 하이테크 시공기술을 겨냥한 중국 건설사의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문제로 한중관계가 냉각되며 물 건너 간 것으로 평가됐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으로 봉합된 한중관계가 중국 자본 진출의 걸림돌을 제거한 셈인데 중국 건설업계가 우수한 가격 경쟁력에도 기술력 격차로 중동 진출에 어려움을 겪었던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가격이 나올 가능성도 조심스레 언급됐다.

미국 설계업체인 에이컴(Aecom)은 그동안 시장이 예상하지 못했던 참가자다.

국내에는 대우건설의 대주주인 산업은행 본점을 설계한 곳으로 알려졌지만 에이컴은 인수합병(M&A)을 통해 2002년 매출액 17억 달러에서 지난해 174억달러까지 성장한 이력을 지녔다.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다면 협상 과정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하는 배경이다.

대우건설이 설계·구매·시공(EPC) 수행 능력을 보유했지만 엔지니어링 계열사의 부재가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 등 타사 대비 약점으로 거론됐다.

중동과 중국이 대우건설의 기술력과 인력을 사들이는 측면이 강하다면 에이컴은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부각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미국 내 대규모 인프라 공사 발주를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중견 건설사의 인수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중견건설사의 특성상 대우건설의 해외사업 가치 산정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부문은 주택·건축 등 사업영역이 겹치고 토목 분야는 정부의 SOC 예산 축소 등으로 인수 매력이 떨어진다.

증권가는 대체로 이번 매각작업이 대우건설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최근 발간한 관련 보고서에서 "하나금융투자는 연초부터 대우건설 매각이 해외자본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왔다"며 "특히 포스코건설 등에 지분을 투자했던 사우디 및 한국건설사의 크레딧을 원하는 중국 자본 등에 매각될 가능성을 점쳐왔다"고 언급했다.

이어 "M&A가 사우디·중국에 이뤄질 경우 한 단계 높은 수준의 주가로 도약할 것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이선일 BN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관련 보고서에서 "대우건설은 국내 최대 주택건설업체이고 해외에서는 건축, 토목, 플랜트, 발전 등 모든 부문을 아우르는 전천후 플레이어"라며 "대우건설의 강점과 배가된 수익창출능력은 M&A로 재조명받을 것이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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