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국내 주택에 대한 규제로 공급 감소와 함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성장세를 구가하던 부동산 신탁사가 주시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수주 확대의 선순환 구조가 깨질 수 있어 리스크 관리에 더 유념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15일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국내 주택건설 인허가 실적은 총 45만5천호로 집계됐다. 월평균 5만551호 수준이다. 상반기까지 30만호를 넘지 못해 부진하다가 지난 분기에 15만7천호 이상 추가했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12.4% 감소했다. 재작년을 정점으로 국내 주택 인허가는 줄어드는 모습이다. 인허가 실적은 주택공급의 선행지표 역할을 한다.

앞으로 주택공급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8·2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는 대출을 죄면서 양도소득세 과세를 강화해 주택 수요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정했다. 청약제도까지 손봐 공급유인을 위축시켰다. 공공부문의 택지 공급도 예전과 다르다.

올해 지방의 주택가격은 작년 말보다 0.5% 하락했다. 서울과 일부 수도권, 부산 등을 제외하면 지방 부동산 경기는 이미 침체 국면이다. 부동산 심리 위축이 개발사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승승장구하던 부동산 신탁사에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부동산 신탁사의 신규수주와 주택 인허가 실적이 동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부동산 신탁사들은 총 4천831억원의 영업수익을 올려 사상 최대 영업수익을 노리는데 성장이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커졌다. 특히 주된 수익원인 차입형 토지신탁은 지방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상태다.





<차입형 토지신탁 수주와 민간부문 주택 착공실적 추이(자료: 한기평)>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선임연구원은 "부동산신탁사들은 주택 개발사업이 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주택공급은 신규수주에 중요한 요소다"며 "올해 차입형 토지신탁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고 건설사들이 택지공급 축소에 대응해 자체적으로 택지를 개발하면 부동산신탁사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래 수익이 불확실한데 이미 수주한 사업장에서 리스크가 커지는지도 신경을 써야 한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사업장의 분양률이 떨어지면 투자한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고 이자비용도 물어야 하는 구조다. 유동성과 자산 건전성이 동시에 악화한다.

정 연구원은 "부동산신탁업계 고성장의 배경에는 수주증가에서 사업재투자, 역량 제고라는 선순환이 있었지만, 높은 위험을 부담한 대가로 얻은 것이다"며 "고수익 추구 전략의 이면에는 신탁계정대여금과 차입부채의 급격한 증가, 부실 완충력 지표 저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잔치를 열기에 조금 이른 감이 있어 수주 감소 가능성 대비와 완충력, 유동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jhlee2@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