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IB부문에서 중형사인 ○에서 전문 금융인의 꿈을 펼치겠습니다."

최근 한 증권사 IB본부 신입 채용 면접에서 한 지원자가 밝힌 포부다. 면접에서 지겹게 나올만한 지극히 평범한 문장이었지만 이를 듣는 임원진의 마음에는 비수가 돼 꽂혔다. 그가 말한 중형 증권사는 삼성증권이다.

삼성증권은 수년 전만 해도 업계 최고, 최상을 외치던 회사였다. 삼성증권은 2015년까지 수년간 증권업종 내 시가총액 1위를 지키던 증권사였다.

그러나 우리투자증권과 NH농협증권, KB투자증권과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에 나서며 몸집 불리기에 나섰고, 상황은 달라졌다.

현재 삼성증권은 시가총액 기준으로 증권업종 내 4위에 올라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단 수천억원 차이로 바짝 뒤를 쫓고 있다. 자기자본 순위도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의 뒤를 이어 네 번째다.

대주주 요건이 문제가 되며 단기금융업 인가도 보류됐다. 이제 막 증권업에 발을 내딛으려 하는 사회 초년생들의 눈에까지 '중형 증권사'로 비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삼성증권 안에서도 업계에서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보수적인 리스크 관리 정책에 변화를 주며 위기 극복에 나서는 움직임도 있다.

실제로 기업금융 취급액이 확대됐다. 삼성증권의 기업 대출금은 2014년 말 1천6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말 5천500억원 수준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는 6천800억원 이상으로 증가했다.

원재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증권이 그간 보수적 투자로 지수 상승에 따른 트레이딩과 IB 수익 증가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며 "그러나 최근 위험 부담에 다소 관대해졌으며 적극적인 자본 활용을 통한 구조화 금융딜 증가가 실적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임수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대형사 중 삼성증권의 디스카운트 요소로 작용했던 요인 중 하나는 보수적인 자산관리 및 운용전략이었다"며 "하지만 최근 보수적인 자산관리에서 더욱 적극적인 투자 전략으로의 변화 과정에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단기금융업 인가가 지연된 것에 대한 우려감도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삼성증권이 다소 억울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증권의 대주주가 아닌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라며 "당국의 과도한 규제가 앞길을 막고 있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증권의 입지가 예전만 못하다고는 하지만, 중형사 수준으로 취급받기에는 자기자본도, 실적도 너무나 대형사"라고 덧붙였다. (산업증권부 황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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