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합인포맥스) 이종혁 특파원 = 미국 국채가격은 위험자산인 뉴욕증시와 유가 하락으로 안전 자산 선호가 강해진 가운데 혼조를 보였다.

마켓워치·다우존스-트레이드웹에 따르면 15일 오후 3시(미 동부시간) 무렵 뉴욕 채권시장에서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4.6bp 하락한 2.335%에서 거래됐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과 같은 1.689%에서 움직였다.

30년 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장보다 5.7bp 내린 2.782%에서 거래됐다.

채권 가격은 수익률과 반대로 움직인다.

국채가는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후에도 간밤의 오름세를 유지했다.

전일 국채가는 뉴욕증시 하락 속에 장기물은 오르고, 단기물은 내렸다.

금리 전략가들은 다른 경제지표들이 호조를 보임에도 CPI는 소폭 오르는 데 그쳤다며 2018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세 차례 금리 인상 전망과 시장의 한 차례 기대 사이의 괴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략가들은 이번 주 뉴욕증시와 국제유가가 2주래 최저치로 떨어진 것도 국채가 강세 요인이 되고 있다며 공화당 상하원의 세제개편안 의견 차이도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뉴욕증시는 유가 하락, 세제안 불확실성, 고수익 채권 우려 등을 재료로 최근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날 공화당 일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 의장은 오바마케어의 핵심 조항인 '개인보험 의무화'를 폐지하는 규정을 하원은 논의하지 않을 것이고, 상원의 결정에 달려있다며 우리는 이미 어려운 세제개편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라이언은 상원이 세제안을 통과시켜 상·하원의 양원 협의회까지 올 수 있다면 거기서 만나서 다시 이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찰스 에반스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속되는 저물가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에반스 총재는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많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근원 물가 부진이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매달 낮게 나오는 수치를 보고 있으면 일시적이라는 의견에 점점 불편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물가 상승세를 약화하는 원인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미 노동부는 10월 CPI가 전월 대비 0.1%(계절 조정치)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조사치도 0.1% 상승이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로는 2.0% 상승했다. 전년 대비 물가 상승세는 지난 6월 이후 처음으로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10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0.2% 올랐다. 애널리스트들도 0.2% 올랐을 것으로 예측했다.

10월 근원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1.8% 높아졌다. 이는 9월의 1.7%보다 개선된 것이며 지난 4월 이후 가장 크게 상승한 것이다. 의료비와 중고차, 담배 가격이 상승을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10월 소비자물가 지표가 연준 위원들에게 경제에 대한 혼조적인 신호를 제시했다고 진단했다. 연준은 다음 달 12~13일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개최한다.

10월 에너지 가격 중 휘발유 가격은 전월비 2.4% 하락했다. 전월에는 13.1% 급등세를 보인 바 있다. 인플레이션을 반영한 주간 실질 임금은 전달비 0.1% 하락했다. 전년대비는 0.4% 올랐다.

시간이 지나면서 헤드라인 CPI보다는 근원 CPI가 주목받으면서 연준의 12월 기준금리 인상이 더 명분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웰스파고 증권의 사라 하우스 경제학자는 "근원 물가 상승은 12월 금리 인상 길을 명쾌하게 열어줬고, 앞으로 긴축이 지속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BMO 캐피털 마켓츠의 제니퍼 리 선임 경제학자는 "FOMC의 다수는 올해 마지막 회의를 한 달도 안 남긴 이날 아침에 안도감을 느끼고 있다"며 "근원 물가의 3개월 추세는 연율 2.4% 상승해 2월 이후 가장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리는 "임대료를 제외한 근원 물가는 지난 3개월간 연율 1.9% 올랐고, 이도 올해 초 이후 가장 빠르다"며 "느리지만 꾸준하게 물가가 오른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미국 소매판매가 허리케인 영향에 따른 자동차와 휘발유 소비 증가 영향이 감소하며 완만하게 성장했다.

미 상무부는 10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는 0.1% 증가였다. 10월 소매판매는 전년대비 4.6% 늘었다.

9월에는 허리케인 침수 등의 피해를 본 자동차와 부품 판매 등이 늘면서 소매판매가 시장 예상을 웃돈 바 있다.

자동차를 제외한 10월 소매판매는 0.1% 증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은 0.2%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휘발유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4% 늘었다. 자동차와 휘발유를 제외한 10월 소매판매는 전월비 0.3% 증가했다.

10월 휘발유 판매는 허리케인 직후의 가격 급등이 후퇴하며 1.2% 감소했다.

10월 자동차와 부품 판매는 0.7% 늘었다. 9월에는 4.6% 증가했다.

소매판매는 미국 경제 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해 소비자들의 소비 상황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소매판매 지표는 인플레이션을 반영하지 않는다.

10월 소매판매 증가는 별로였지만 올해 말을 낙관적으로 보게 할 정도는 됐다.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안 쉐퍼슨 경제학자는 전체적으로 지표는 "올해 마지막 분기 좋은 출발을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리전스 파이낸셜의 리처드 무디 수석 경제학자는 현재 물가가 조정된 연말 연휴 소매판매가 5.7%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난해에는 4.1% 늘었다고 설명했다.

무디는 "낮은 소비자 가격과 높은 노동비용, 운송비용까지 부담해야만 하는 상황은 기업 이윤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이는 이번 연휴 할인판매 기간 소매업자들보다는 소비자들을 더 신나게 할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반면 뱅크오브웨스트이코노믹스의 스코트 앤더슨 수석 경제학자는 소비는 소득 증가를 웃돌고, 저축률은 1년 전보다 1%포인트나 내려 3.1%에 불과하다며 소비자들은 소득 증가가 없이는 현재의 소비지출을 더 오래가게 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역의 제조업 활동이 전달의 3년 내 최고치에서 내려섰지만, 확장세를 유지했다.

뉴욕 연은은 11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가 전월의 30.2에서 19.4로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달 지수가 25.1을 보일 것으로 예측했다.

지수는 제로(0)를 기준으로 확장과 위축을 가늠한다.

뉴욕증시 낙폭이 줄면서 국채가 오름폭이 낮아졌다.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한때 2.320%로 낮췄던 거래 수준을 높였다.

미 상무부는 9월 기업재고가 전월대비 변화 없음(0.0%)(계절조정치)을 보였다고 발표했다. WSJ 조사치도 0.0%였다.

9월 제조업 재고는 전월대비 0.7%, 도매 재고는 0.3% 늘었다. 소매 재고는 0.9% 감소했다. 기업재고 변화는 분기 국내총생산(GDP)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국채가는 오후 들어 뉴욕증시 낙폭 확대를 따라 오름폭을 다시 높였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의 페트르 프레이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ECB는 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한 의사소통에 더 많은 초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는 또 향후 3~4년 안에 연준 대차대조표가 정상 규모가 될 것이라며 "대차대조표는 전에 그랬듯이 경제와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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