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김지연 황윤정 기자 = 증권업계는 대표적인 고연봉 직종으로 꼽힌다. 그러나 노동 생산성에서는 증권사별로 차이가 뚜렷했다. 연봉의 5배의 수익을 올리는 증권사 직원들이 있는가 하면, 몸값보다 실적이 떨어지는 곳도 많았다.

16일 연합인포맥스가 증권사들의 3분기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22개 증권사(적자 법인 제외) 중 12개 회사는 직원 한 명이 벌어들인 순이익이 평균 연봉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등에서 직원 1인당 순이익은 평균 연봉보다 낮았다. 전체 2만9천여명의 증권맨 중 절반에 가까운 1만4천명가량의 직원이 연봉만큼 회사에 벌어다 주지 못한 셈이다.

올해 첫 3분기 동안 주요 증권사 직원의 평균 연봉은 6천900만원 수준이었다. 증권맨 1명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평균 8천600만원으로 집계돼, 업계 전반적으로는 증권사 직원들이 밥값보다 양호한 실적을 올렸다.

그러나 회사별 상황은 달랐다. 대형사보다 중형사들이 오히려 연봉 대비 알찬 실적을 냈다.

가장 눈에 띄는 곳은 키움증권으로, 직원 1인당 생산성이 가장 뛰어났다. 직원 한 명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2억6천만원으로 평균 연봉인 5천2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직원 한 명이 자기 밥값의 다섯 배를 번 것으로 볼 수 있다.

키움증권은 수년간 대형사들을 뛰어넘는 노동 생산성을 과시해왔다. 온라인 증권사라는 특화된 장점을 내세워, 타사 대비 효율성과 노동 생산성이 높은 사업 구조를 자랑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키움의 생산성이 높은 것은 자본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수익성이 좋은 사업 분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조직이 짜여 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키움의 뒤를 이어 유화증권도 직원 한 명이 연봉의 4.3배가 넘는 돈을 벌었다. 유화증권의 경우 직원들 연봉이 낮다는 점도 이유가 됐다. 이 증권사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2천70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자본 안정성을 바탕으로 임대 수익 등에서 쏠쏠한 수익을 올리며 직원 1인당 순이익은 1억원을 넘었다.

초대형 IB 중에서는 KB증권의 노동 생산성이 가장 부진했다. KB증권 직원들은 3개 분기 동안 8천만원의 급여를 받아갔다. 그러나 직원 1인당 4천8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리는 데 그쳐, 대형사 중 가장 괴리가 컸다.

KB증권의 경우 올해 현대저축은행 매각으로 인한 중단사업이익, 임금피크제 도입에 따른 충당금 적립 등으로 비용이 늘었다. 이에 생산성 지표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다.

한편, 임원들의 경우, 연봉 상위권은 대형사에 포진해있었다.

올초부터 지난 3분기까지 증권가 임원 중 연봉킹은 이번에도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었다.

유 사장은 약 26억6천513만원을 보수로 받았다. 급여는 6억3천660만원을 받았고, 성과급으로 20억2천853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금융시장 내 무한경쟁에도 5년 연속 업계 최고 실적을 달성한 점 등을 참작해 2016회계연도 경영실적에 따른 성과급이 발생했고, 2014회계연도, 2015회계연도에 발생한 성과급 중 이연된 금액이 포함됐다.

두번째로 보수가 높은 이는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5억원을 초과하는 임원의 개인별 보수액을 연 2회(반기보고서, 사업보고서)만 공시해도 되기 때문에 메리츠증권은 이번 분기보고서에 개인별 보수를 따로 공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 사장은 지난 상반기 기준 약 15억5천400만원을 받아 이미 3위권의 보수를 앞질렀다.

올초부터 3분기까지 메리츠증권의 등기임원 1인당 평균 보수는 약 14억3천864만원이었다.

3위는 총 12억9천900만원을 받은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부회장이다.

그는 급여로 11억5천400만원을 지급받았고, 상여금으로 1억3천500만원을 받았다. 기타소득으로는 학자금보조 1천만원을 받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사는 부동산, 자기 매매 등 특화된 부문에 집중해 노동 생산성을 높였다"며 "신사업을 준비하며 전략 다변화에 나선 대형사들은 생산성이 다소 위축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직원들이 연봉의 몇 배를 버는 증권사의 경우 특화된 영역에서 경쟁업체를 압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회사들"이라며 "직원 몸값이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일부 증권사는 내실이 그만큼 뒤따르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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