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경영여건이 악화한 가운데, 분기 실적이 적자를 기록하는 회사도 나오면서 업계의 긴장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올해 3분기 약 267억 원의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카드는 분기 단위로 순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2년 창사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롯데카드의 3분기 손실은 영업부진 외에 보유자산의 평가 손실 등이 대거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3분기에는 영업실적과 무관한 스팍스자산운용 지분 증권의 평가손실, 영업권 평가 손실 등 장부상 손실 401억 원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그룹의 지주사 전환 등을 계기로 보유 중인 자산의 평가손을 이번 분기에 한꺼번에 반영하는 이른바 '빅배스'를 단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자산 평가 손실의 반영 등 일회성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올해 영세 및 중소가맹점 범위 확대 등의 요인도 적이 않은 영향을 미쳤다.

롯데카드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야 45억 원가량에 그쳤다.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200억 원과 비교하면 150억 원 이상 급감했다. 유가증권(스팍스자산운용 지분)평가손실 약 82억 원을 반영해도 적자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의 여파를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다른 카드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지된 카드사들의 분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3분기 순이익이 지난해보다 늘어난 카드사는 하나카드가 유일하다.

우리카드가 3분기 순이익이 195억 원에 그치며 38% 급감했고, BC카드도 20% 이상 순익이 줄었다. 신한카드와 현대카드도 각각 16%와 13% 감소했다. KB국민카드와 삼성카드는 2%와 6% 감소해 그나마 감소 폭이 작았다.

국내 8개 전업계 카드사 전체로는 지난해보다 20% 가까이 줄었다.

하나카드는 8%가량 늘었지만, 외환카드와 통합비용 이후 경영이 정상화되는 과정이라는 특수성이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들은 롯데카드의 분기 적자 전환 등이 향후 카드사들의 실적 악화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며 바짝 긴장하는 상황이다.

특히 내년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 과정에서 수수료가 재차 인하될 것이 확실시되는 데다, 신규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환급 등 카드사를 압박할 요인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국세 카드납부 수수료로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여기에 법정 최고 금리 인하와 더불어 카드론 금리의 인하도 추진되고 있고, 연체 가산금리 산정 방식도 소비자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선이 진행 중이다. 반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조달 금리는 상승 국면에 진입했다.

대출사업을 통한 수익 방어도 갈수록 어려울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 1위인 신한카드가 내년 비상경영체계로 돌입하고, 경영 전반에 대한 외부의 컨설팅도 진행하는 등 바짝 긴장한 상태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분기 적자 회사도 등장하는 등 업계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수익 악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도 "내년부터는 그나마 수익에 도움을 줬던 카드론 분야도 어려울 것"이라며 "보험료 카드납부와 같은 카드 사용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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