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남승표 기자 = 대우건설 매각 예비입찰제안에 중동계 자본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계획이 재조명되고 있다. 20조원을 들여 자국 내 17기의 원전을 건설한다는 내용인데 원전기술 확보를 위해 대우건설 인수에 참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 9월 18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국제원자력기구(IAEA) 총회 부대행사에서 석유 의존도를 낮추고 급증하는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원자력 에너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사우디는 1천200㎿~1천600㎿ 규모의 원전 2기를 내년에 도입하고 오는 2032년까지 17.6GW 규모의 원전을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요되는 사업비만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대내외에 천명하며 사우디 측에서 원전건설 기술을 보유한 국내 건설사 인수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현재 원전 건설기술을 보유한 국내 건설사는 현대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정도로 압축된다.

가장 압도적인 실적을 보유한 곳은 현대건설이다. 이미 아랍에미리트(UAE)에 4기의 원전을 건설 중이며 국내에서 고리 1~4호기, 영광 1~6호기, 신고리 1~4호기 등 다수의 건설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다음으로 가장 많은 이력을 보유한 곳이 대우건설이다.

월성 3, 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주설비공사를 비롯해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방사선조사연구시설, 월성 방폐물 주설비공사, 경수로 설계용역, 요르단연구용원자력 프로젝트 등 원전과 관련한 다양한 시설을 설계, 시공한 경험이 있다.

삼성물산도 울진 5, 6호기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시작으로 신월성 2호기,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등 꾸준히 실적을 넓혀가고 있다. UAE 원전 시공에도 참여하고 있고 지난 2015년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를 수주해 주관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할 때 현대건설을 제외한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사우디의 인수목록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대우건설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지분 매각으로 M&A 시장에 나왔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주택사업부문 등에 대한 매각설이 한동안 떠돌았다.

특히 최근에는 사우디의 의뢰를 받은 일본계 상사에서 국내 원전유지보수업체 인수를 타진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회자되고 있어 이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외국 상사가 국내 발전플랜트 유지보수 상위업체 여러 곳을 접촉하면서 사우디가 배후로 언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쌍용건설이나 포스코건설 사례를 봤을 때 중동 자본은 국내 건설사에 대해 어느 정도 연구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대우건설만 놓고 봤을 때도 국내보다는 해외인수가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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