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기자 = 자산운용업계의 '뜨거운 감자' 국민연금 위탁운용보수 인상안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주는 운용보수가 자금을 운용하는데 드는 원가비용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은 자산운용업계에서 끊임없이 나왔지만, 운용사에 600조 원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슈퍼 갑'인 탓에 공론화하기는 쉽지 않았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계기로 국민연금이 기본보수를 30bp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실제 인상으로 연결될지 관심이 쏠린다.

17일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연구 용역을 맡은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은 주주활동 활성화를 위한 운용사의 비용 부담 증가 등을 반영해 기본보수를 30bp 이상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래 국민연금이 주는 기본보수가 과도하게 낮은 수준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단계적으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국민연금이 기금운용위원회 등을 거쳐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키로 한 만큼, 이 주장은 중요한 지표가 된다.

국민연금은 자금의 38%가량을 외부에 위탁 운용한다. 이때 운용보수를 지급하는데, 과도하게 낮다는 지적은 많았다.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운용보수는 60~70bp인데,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사에 지급하는 보수는 평균 20b다.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에 20bp, 국채 채권에 11~12bp를 운용보수로 지급한다.

성과가 좋으면 더 받기도 한다. 다만, 국내 주식 위탁운용의 경우 2년 연속 당초 목표한 기준 수익률을 3%포인트 이상 넘기면 최대 21.63bp 정도를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과 자금 규모가 비슷해 곧잘 비교되는 미국 캘퍼스와 네덜란드 ABP의 운용보수는 29bp다. 미국 기관이 위탁운용사에 주는 운용보수는 53bp에 달한다.

대형 자산운용사의 원가회계를 보면 주식형펀드의 원가를 커버하는 보수율은 25bp로 추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현재 보수는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마진인 셈이다.

자산운용업계는 국민연금의 운용보수가 너무 낮다고 불만을 토로하지만, 국민연금이 워낙 '큰 손'이다 보니 운용보수 인상은 말도 꺼내지 못했다. 과거 한 토론회에서 자산운용사 대표가 국민연금 운용보수가 너무 낮아 제대로 된 운용을 할 수 있다며 인상을 주장했다가 서둘러 해명하는 일이 있을 정도였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20bp 보수라면 국민연금 위탁운용사 타이틀과 운용규모를 늘리는 효과만 있지 수익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수수료를 더 주고 양질의 운용서비스를 받는 방향이 맞다"고 말했다.

sy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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