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노현우 기자 = 거침없는 원화 강세 흐름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긴축 행보를 제약할지에 채권시장 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원화 가치의 상승은 수출과 물가 경로를 통해 기준금리 인상 논거를 약화할 수 있어서다.

17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전일 장 마감 무렵 1,099.90원을 기록하며 1,100원대를 밑돌았다.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린 지난달 19일 종가(1,132.40원)에 비해 약 2.9% 하락한 결과다.

◇ 대체효과에 수출 주춤…성장 기조 약화할까

원화 강세는 수출 경로를 통해 통화정책에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국내 경제 성장은 반도체 등 수출 증가에 힘입은 측면이 큰 데, 향후 원화 강세가 수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수출 경합도가 높은 일본 등 다른 국가에 비해 통화가치가 올라 가격 경쟁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제3국이 우리나라 제품 대신 다른 국가의 물건을 수입하는 대체효과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엔-원 재정환율은 전일 종가 기준 100엔당 973.83원으로, 지난달 금통위(1,006.09원) 당시보다 3% 넘게 떨어졌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엔-원 환율이 10% 하락하면 우리나라 총수출이 9.2%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A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경제성장세가 수요자 측 물가상승 압력을 끌어내기에 충분한지를 두고 금통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는데, 수출이 줄어든다면 기준금리 인상 논거는 약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원화 강세에 물가 고민 더 깊어질까

원화 강세는 물가 경로를 통해서도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서 상대적으로 수입물품의 가격이 내려갈 수 있어서다. 개방 경제 소국의 특성상 물가에 가해지는 하락압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고령화 등 인구구조와 유통 구조 변화로 기조적인 물가상승 압력이 올라오지 않는 상황에서 약세 요인이 하나 추가된 셈이다.

한은은 지난 9일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성장세가 잠재성장률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확대됐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은 1% 중반에서 크게 높아지지 않고 있다"며 "성장과 물가 간 관계를 약화한 구조적 요인은 단기간 내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 바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는 전년 동월 대비 1.3% 오르는 데 그쳤다. 9월 1.6%에 비해 증가 폭이 작아졌다.

B 증권사의 채권 딜러는 "원화 강세는 물가에 하락 요인으로 볼 수 있다"며 "기준금리 인상의 제약 요인으로 꼽히던 물가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는 셈이다"고 말했다.







<달러-원 추이, 출처:인포맥스(화면번호: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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