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연합인포맥스) 김대도 기자 = 달러-원 환율이 1,100원을 밑돈 시점에 외환당국이 구두개입성 발언을 하면서, 당국의 의중을 두고 시장참가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099.60원까지 밀려 내려갔던 달러-원 환율이 당국의 개입성 발언에 1,101.40원으로 조금 올라 장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당국이 1,100원 레벨을 타깃팅한 게 아니냐고 판단했지만, 시장참가자들은 대체로 당국이 원화 강세속도에 우려를 표했다고 분석했다.

◇"거래량 급증은 은행권 공방"

17일 연합인포맥스 달러-원 시간대별 거래량(화면번호 2139)에 따르면 전일 오후 2시 30분이 지나서 달러화의 거래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장중 내내 유지됐던 1,105원 선이 조금씩 밀리자 거래가 점진적으로 활발해졌다.

오후 3시를 넘어 달러화가 1,103원을 밑돌면서는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전일 하루 거래량 70억 달러 가운데 장 마감 전 30분 동안 22억 달러가 몰렸다.

빅 피겨(큰 자릿수)가 바뀌는 1,100원 선을 앞두고, 저점으로 인식한 시장참가자들과 매도(숏) 베팅에 나선 곳들이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1,100원 레벨을 방어하기 위한 당국의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이 아니었다.







시장참가자들에 따르면 장중 달러화가 1,105원 선에서 머문 것은 일반 대기업의 달러 매수 물량이 꾸준하게 이어졌기 때문이다.

레벨 부담감이 컸던 데다, 수급상으로도 달러화가 밀리지 않은 여건이었던 셈이다.

일부 시장참가자들은 기업의 달러 매수세를 당국으로 오인하기도 했다.

오후 2시가 지나 장 후반에는 일반기업의 결제수요가 소화되면서 달러화가 점차 하락했다.

스무딩을 의식했던 시장참가자들은 비드(매수세)가 비어있는 것을 관측하고서 거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달러화가 1,100원 선에 바짝 다가서면서 거래량이 급증하게 된 과정이다.

은행권의 한 외환딜러는 "1,105원에서 결제가 있었고, 아래는 당국이 버틸 것으로 봐서 숏을 가지 못하고 롱(매수)을 들었다"며 "오르지 못하고 당국도 없으니 확 밀렸다"고 설명했다.

◇특정 레벨에서는 시장 심리 불안정

달러-원 환율이 계속 하락하며 1,100원을 하회하자 당국은 개입성 발언을 내놓았다. 달러화는 저점 대비 1.80원 뛴 1,101.40원에 마무리됐다.

시장참가자들은 당국이 황급히 종가를 1,100원 위에서 맞추기 위한 목적에서 구두개입을 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원화 강세 흐름은 기조적이기 때문에 속도의 문제일 뿐, 레벨 차원으로 접근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전일 개장 전에 전해진 우리나라와 캐나다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 건도 달러화의 하락 재료가 되기에 충분했다.

단지 당국으로서는 여러 경로로 경제 전반에 미칠 파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지나치게 빠른 속도를 제어할 필요성이 있었다.

1,100원이라는 특정 레벨을 당국이 주목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심리적인 저항선은 기술적인 지표 외에도 빅 피겨 또는 10원 단위로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서, 환율이 해당 레벨을 벗어나면 쏠림 현상이 가속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국도 원화 강세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진단하고 있지만, 속도가 가파르다는 데 우려를 하고 있다.

북한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가 없었다면 이미 1,100원 선 부근으로 달러화가 내려왔을 수도 있다는 입장으로 추정된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원화 강세속도가 너무 빠른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관건은 앞으로 다. 시장참가자들은 당국이 무리하게 1,100원대 레벨로 들어 올리지 않고 1,090원대를 자연스럽게 용인해 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d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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