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최진우 정원 기자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17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난 15일 산업은행에 '향후 금호타이어 재매각 시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 '금호타이어 우선매수청구권도 포기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각서를 보냈다.

채권단이 지난달 중순부터 명문화하기를 요구한 것에 대해 박삼구 회장이 거의 한 달 만에 답한 셈이다.

채권단의 이런 요구는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 위한 차원이다.

박 회장은 지난 9월 25일 이동걸 산은 회장을 만나 금호타이어와 관련된 모든 것은 채권단 결정에 따르겠다고 전했다.

금호타이어의 경영권,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는 가운데 '금호' 상표권에 대해서도 채권단에 협조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박 회장은 기자와 만나 "그룹이 잘 되면 금호타이어 인수전 참여할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인수 의지가 꺾이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이 때문에 금호타이어 인수 후보자로부터 '박 회장이 정말 금호타이어를 포기한 게 맞느냐'는 문의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 매각을 재추진하더라도 과거처럼 실패할 수 있다는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산은은 박 회장 등 금호아시아나가 금호타이어 재입찰에 참여하지 않고 우선매수권도 포기하겠다는 각서를 받아내기로 했다.

산은 등 채권단은 지속해서 요구했지만, 금호아시아나는 각서를 보내지 않았다가 최근에서야 전향적으로 입장을 제시한 셈이다.

이는 그룹을 둘러싼 어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타이어에 관심을 둘 때가 아닐 정도로 주력 계열사의 재무적 불안정성이 심화하고 있다.

실제로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지난 9월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은 4조2천872억원에 달한다. 현금창출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상각전 영업이익(EBITDA)의 17.1배에 이른다.

이자 등 금융비용으로만 올해 3분기까지 1천291억원을 쓰는 만큼 사실상 내부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차입금 감축은 불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최근 대우건설 지분 매각으로 558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아시아나항공은 조만간 대한통운 지분 4.99% 매각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차입금에 대응하기 위해 발행하는 회사채,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만기도 지속해서 짧아지고 있는 형편"이라며 "그마저도 최근에는 발행마저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회사채, ABS의 투자자는 대부분 개인이다. 상황이 악화한다면 '제2의 동양그룹 사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이에 금호아시아나는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을 했고 실질적으로 금호타이어 인수는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그룹이 어려운 만큼 앞으로 차입금 대응 등과 관련해서도 채권단의 협조를 끌어낸다는 전략으로도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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