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정선영 기자 = "달러를 지금이라도 더 사야하는 겁니까"

시중은행 딜링룸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달러-원 환율이 1,100원선 밑으로 하락했으니 추가로 매수해서 달러 매수 가격을 낮춰야 하지 않냐는 문의다. 이른바 '물타기'인 셈이다.

1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이 1,100원선을 위협하면서 외화예금 보유자들의 달러 매수 문의가 집중됐다.

한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1,130원대에서 달러를 산 사람들이 불안한 마음에 달러 저점 매수를 문의하는 것인데 신중하라고 할 수 밖에 없다"며 "외환딜러들조차 1,100원선 아래에서 달러화가 어디로갈지 알 수 없어 스톱하는 장세"라고 말했다.

코스피가 2,500선을 웃돌면서 고공행진을 펼쳤고, 북한 리스크는 점차 잠재 리스크로 반영되는 수준이 됐다.

수출 호조에 우리나라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흑자폭도 서프라이즈를 보였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1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외환당국도 1,1090원대 환율 하락에 강한 실개입으로 대응하지는 않고 있다.

즉, 원화 강세를 부추길 변수가 만만치 않은 셈이다.

달러가 하락할 때마다 매수하거나, 매도 시점을 늦추는 래깅(Lagging) 전략을 구사해 온 수출업체도 낭패다.

달러-원 환율이 연초 1,200원대부터 하락세를 보인 후 연말에 임박해서는 1,100원선 밑으로 100원 이상 하락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딜링룸 관계자는 "지난해 활발하게 달러를 사고팔던 수출업체 한 곳이 올해는 아예 FX거래를 끊었다"며 "달러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인데 외화예금으로 그냥 들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출업체들은 연말 달러화 하락폭이 커지면 들고 있는 달러를 어떻게 매도할지, 내년까지 보유할지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10월말 거주자외화예금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은 전일 10월말 현재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이 732억8천만달러로 전월말대비 96억2천만달러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증가 규모는 물론 증가폭도 역대 최대다.

이 중 달러 예금 규모는 624억7천만달러다. 달러 예금은 10월중에 약 78억2천만달러 증가했다.

달러-원 환율 하락에 수출기업이 수출 대금을 예치하고, 현무환 매도를 지연한데 따른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외환딜러들은 달러-원 환율이 1,090원대에서 연말까지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쌓여있는 달러 예금이 버티지 못한다면 환율 하락폭을 키우는 또 하나의 돌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른 한 외환딜러는 "은행권 롱포지션은 별로 깊지 않아 1,090원대에서 롱스톱 규모는 제한적일 수 있다"며 "다만, 수출업체들이 달러 매도에집중적으로 나서기 시작하면 그 때는 달러화 하락 속도가 가팔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syj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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