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이재헌 기자 = 도시로 몰려드는 소형가구를 위한 도시형 생활주택 대다수가 지진에 취약한 필로티(pilotis) 구조로 조사됐다. 이번 포항 지진의 진앙 부근 광역시인 부산과 대구에서 특히 필로티 구조의 건축물이 성행했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윤영일(국민의당, 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도시형 생활주택 안전실태 결과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5년 기준 국내 도시형 생활주택 총 단지수는 1만3천933단지로 집계됐다. 이중 필로티 구조로 건설된 단지는 1만2천321단지다. 열 곳 중 아홉이 필로티다.

필로티 구조는 지상층에 외벽이나 설비 등을 설치하지 않고 기둥, 내력벽 등으로 개방시킨 구조를 뜻한다.

좁은 면적에 지상 주차장을 활용하면서 층수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번 포항지진에서 재난 대응력이 떨어지는 약점을 노출했다. 외부 충격이 지상 기둥으로 모여 다른 건물보다 붕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도시형 생활주택은 도시로 모이는 1, 2인 가구의 주거 수요를 맞추고자 2009년에 도입됐다. 전용면적 85㎡ 이하 300세대 미만으로 도시지역에서만 지을 수 있다.

지금도 도시형 생활주택이 원룸, 다세대, 단지형 연립 등의 형태로 불어나고 있다. 2014년 말에 24만 1천851세대던 전국 도시형 생활주택은 올해 6월에 42만2천800세대로 불어났다.

작년과 올해 지진으로 대규모 피해를 본 경주와 포항 주변인 대구와 부산 일대에서 필로티 구조가 특히 선호됐다. 광역지자체 기준 도시형 생활주택 중 필로티 구조는 부산이 96%로 가장 높고 대구가 95%였다. 인천이 93%로 뒤를 잇는다.





지진뿐만 아니라 다른 재난에도 취약한 게 도시형 생활주택의 문제다.

윤영일 의원은 "도시형 생활주택의 외벽 마감재가 화재에 취약한 자재를 사용한 단지는 30%고 인접 대지 경계선과의 이격거리가 1m 미만인 단지도 약 18% 수준이다"고 지적했다.

포항 지진이 학교 건물에 피해를 줘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연기됐지만, 학교시설의 내진 성능은 평균을 밑돌았다.

국민안전처가 내놓은 작년 공공시설물 내진율은 평균 43.7%인데 학교시설은 23.1%에 그쳤다. 공공건축물도 36.2%로 부진했다.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학교시설의 내진율은 학생들의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만큼 적극적인 예산 확충과 조속한 대응으로 개선이 시급하다"며 "내진보강에 강력한 인센티브를 줘서 민간건축물의 내진율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jhlee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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