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기자 =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가 시작된 가운데, 국내 카드사들의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의 부실률이 상승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대출 이용자들이 대부분 다중채무자 등 취약계층인 만큼 향후 국내 금리의 추가 상승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늘어나는 카드 대출 부실…금리 상승에 '불안'

17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국내 카드사의 카드론 등 대출채권 부실률이 비교적 큰 폭으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의 3분기 말 전체 카드론 중 하루 이상 연체된 대출이거나 차주의 신용도 악화 등으로 손상된 채권으로 분류한 대출 비중은 5.5%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4.9%보다 0.6%포인트 이상 상승한 수치다.

KB국민카드의 현금서비스 부실채권 비중도 지난해 말 8.1%에서 8.8%로 올랐다.

우리카드도 부실 대출 비율 상승 폭이 컸다. 우리카드의 연체된 카드론 부실 비율은 지난해 말 7.5%에서 올해 3분기 말에는 8.2%까지 올랐다.

우리카드의 현금서비스 부실 비중도 1.4%에서 2.0%로 상승했다.

하나카드는 카드론 부실 비율이 6.5%가량으로 지난해 말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현금서비스 부실 비중이 지난해 말 5.6%에서 전 분기에는 6.7%까지 상승했다.

신한카드도 카드론 부실 비중은 3.0%로 전년 말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지만, 현금서비스 부실 비중은 4.8%에서 5.1%까지 소폭 올랐다.

시장 금리가 상승 국면에 접어들면서 취약차주 비중이 많은 카드 대출 분야 부실이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기준이 되는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현재 지난 2014년 말 이후 약 3년 만에 최고치인 2.2% 내외까지 올랐다. 지난해 중순 1.2%까지 내렸던 것과 비교하면 1%포인트나 상승했다.

카드 대출의 부실 비중이 상승하는 데는 금융당국이 대출 증가 자체를 억제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카드사들이 지난해 대대적인 카드론 영업으로 자산을 늘린 만큼 부실 비율도 늘어나지만, 신규 자산으로 모수를 키우는 이른바 '물타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드론 영업 과정에서 저신용자의 유입이 확대된 영향도 크다.

KB국민카드의 경우 2015년 말 공시신용등급 5(부도율 30% 초과) 카드론 대출 잔액이 없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150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 3분기는 200억 원을 넘겼다.

◇취약차주 집중된 카드대출…금리 인상기 부실 우려 점증

카드대출의 부실이 차츰 늘어나는 것은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취약차주의 건전성이 악화할 것이란 우려를 키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 중 60% 이상이 대출 건수 3건 이상의 다중채무자 대상 대출이었다.

2건 이상 대출자 대상으로 다중채무자의 범위를 넓히면 총 카드론 중 86%가 해당했다.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이용 고객 다수가 신용등급 4등급 이하 등 중·저 신용자 이기도 하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1년간 늘어난 카드론 중 절반가량이 신용등급 4등급 이하였다.

아직 절대적인 부실 비율이 높지는 않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과 더불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국내 금리가 상승세를 타는 상황에서 저신용·다중채무자의 부실이 차츰 가시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셈이다.

연말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한은도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크다.

한은 금리 인상으로 국내 유동성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기 시작하면 취약계층의 상환 능력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박 의원은 "대출기관에서 돈을 빌리고 있는 차주의 비중이 높아 경제 상황이 나빠질 경우 부실화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며 "카드론은 고금리여서 상환 부담이 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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