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시윤 기자 = 서울외환시장에서 원화 강세 흐름이 가속화하는 방향성이 뚜렷한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환딜러들의 마음은 편하지 않다.

연말 회계연도 마감을 앞두고 북클로징에 들어가야 할 상황에서 달러-원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한 방향으로 쏠리면서 포지션을 어떻게 잡아야 할 지 고민이 크다.

일부 외환딜러들은 한 해 장사를 판가름하는 내년 초에도 현재와 같은 방향성 장세가 이어지길 바라는 눈치다.

17일 서울환시 등에 따르면 달러-원 환율은 1,100원 '빅 피겨(큰 자릿수)'가 깨진 후 이틀 연속 연저점을 경신했다.





<달러-원 틱차트 추이 *자료:연합인포맥스(화면번호 2110)>

달러-원 환율은 이날 오전 10시 38분 1,093.00원까지 저점을 낮추면서 지난해 9월 29일 이후 1년 2개월 만에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대내외적으로 한국 경제의 호재가 이어진 가운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지면서 원화 강세 흐름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올려 잡고,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곳곳에 원화 강세 요인이 포진돼 있다.

여기에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 문제로 악화했던 중국과의 관계도 정상화하고 있는 데다 대북 리스크도 크게 완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회계연도 마감을 앞두고 일부 '오버 버짓(목표수익 초과)'을 달성한 딜링룸의 경우 다시 수익이 '0'이 되는 연초에 오히려 당국 눈치를 보는 장이 될까 염려하고 있다.

상반기에 트레이딩의 한 해 수익이 상당 부분 판가름 나는 만큼 딜러들은 연초에 가장 활발하게 포지션플레이를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일평균 거래량도 1분기에 가장 많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외국계은행 외환딜러는 "이제 연말이라 버짓을 대부분 채우고 북클로징에 들어가야 하는데 시장이 이렇게 움직이면 거래를 안 할 수 없다"며 "딜러 입장에선 하단을 다지고 오히려 내년 초에 올라가면서 방향성 트레이딩을 하는 게 좋겠으나, 거주자 외화예금도 최고치고 모든 지표가 하락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과 기업의 매도할 달러가 많이 남아있는 만큼 내년 초에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만 한 수급 상황도 아니다.

전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10월 거주자외화예금 동향'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외국환은행의 거주자외화예금은 732억8천만 달러로 지난 3월 705억4천만 달러를 기록한 뒤 7개월 만에 최대치를 경신한 바 있다.

다른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지금 포지션플레이로 수익을 내봤자 12월이면 회계연도가 끝난다"며 "시장 방향이 눈에 보이니까 '선량한 관리자'의 입장에서 포지션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지금 수익은 한 달 뒤면 리셋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sy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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