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윤영숙 기자 = 세계 최대 규모의 중국 외환보유액이 금융 부문의 과도한 레버리지를 촉발하고, 자산 버블을 확대한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이는 3조 달러에 달하는 중국 외환보유액이 잠재적 금융위기를 막는 주요 방편이라고 생각해온 기존 주장과 완전히 배치되는 것이다.

17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전날 황치판(黃奇帆)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재경위원회 부주임은 한 콘퍼런스에서 인민은행이 대규모 외환보유액을 발판으로 경제에 너무 많은 현금을 풀어 금융위험과 자산 버블을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민은행이 외환시장에서 대규모로 외환을 사들이고, 때때로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장에 개입함으로써 시중에 통화공급량을 늘리고, 과도한 유동성과 자산 버블을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황 부주임은 2012년 시 주석의 최대 정치적 라이벌이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시 서기의 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올해 1월 충칭시 시장에서 밀려나 전인대 재경위로 자리를 옮겼으나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까지는 충칭시의 빠른 경제 성장을 주도해 유능한 경제 관료 중 한 명으로 꼽혀왔다.

SCMP는 황 부주임의 주장을 정책 당국이 귀 기울여 들을지는 불분명하지만, 그의 발언이 금융위험에 대한 원인과 이에 대한 해법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황 부주임은 외환보유액 운용 시스템을 당장 개혁해야 한다며 재정부가 외환보유액의 주요 관리를 맡고 중앙은행은 독립적으로 통화정책만을 운용하자고 제안했다.

황 부주임은 중앙은행의 외환보유액 관리가 미 국채와 같은 저 위험 자산에 초점을 맞추면서 비생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는 조지프 스티글리츠 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가 주장한 '미심쩍은 자본재순환(Capital Doubtful Recycling)' 문제를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신흥시장이 무역에서 어렵게 벌어들여 쌓은 외환보유액으로 저금리 미 채권을 사들이면, 달러는 도로 미국으로 유입되고, 미국은 이 자금으로 신흥시장의 고수익 상품에 투자해 신흥시장보다 더 높은 수익을 챙기는 상황을 일컫는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10월 말 기준 3조 1천억 달러며 중국은 2015년 8월 위안화를 대폭 절하한 이후 환율 방어에 수천억 달러를 소진한 것이 사실이다.

황 부주임은 실질적으로 재력을 쌓는다는 것은 "글로벌 투자에서 높은 수익을 낸다는 의미가 되어야 한다며 그런 면에서 지금의 외환보유액 관리를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 황 부주임의 판단이다.

중국은 외환보유액의 투자 포트폴리오나 수익률은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미 재무부가 공개한 자료로 중국이 미국 국채를 1조 달러 이상 보유하고 있다는 정도만 파악될 뿐이다.

황 부주임은 인민은행의 외환 관리는 역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일련의 금융 혼란도 야기했다며 경제에서 금융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과도하며, 시중에 공급되는 통화공급량도 너무 많다고 우려했다.

결국, 황 부주임의 해법은 재정부가 외환을 관리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특별채를 발행해 대규모 수익을 올리자고 제안했다.

ys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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