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오진우 장순환 기자 = 채용비리 등으로 코너에 몰린 금융감독원이 인적 쇄신 속도를 내고 있다.

금감원은 17일 9명의 부원장보 전원을 교체하는 '원샷' 인사를 전격으로 발표했다.

전일 수석부원장 등 부원장 2명 인선을 발표한 데 이어 속도감 있게 후속 인사를 진행하는 중이다.

◇임원 '전원교체' 첫 사례…인적 쇄신 의지

최 원장은 이날 민병진 은행감독국장을 기획·경영 담당 부원장보에 임명한 것을 비롯해 9명의 부원장보를 한꺼번에 임명했다.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오승원 특수은행국장이 임명됐고, 보험담당 부원장보는 설인배 금융소비자보호총괄국장, 중소·서민금융 부원장보는 윤창의 비서실장, 금융투자 부원장보는 김도인 기업공시국장, 공시·조사 부원장보는 조효제 금융투자국장, 금융소비자보호 부원장보는 정성웅 불법금융대응단 선임국장, 회계 담당 전문심의위원은 박권추 회계심사국장이 임명됐다.

금감원이 새 원장 취임 이후 부원장을 포함한 부원장보 등 임원 전원을 한꺼번에 교체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인사 속도도 예상보다는 빠르다. 전일 유광열 수석부원장과 원승연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만 임명된 만큼 부원장 공석 두 곳을 우선 채우고 부원장보 인사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인사검증 등에 시간이 걸리는 부원장 인선을 기다리는 것 보다는 빠른 부원장보 인사를 통해 어수선한 조직 내부 분위기를 다잡고 쇄신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감원은 김수일 전 부원장이 사내 변호사 채용비리 문제로 법정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데 이어 서태종 전 수석부원장도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잇따른 채용비리 문제로 격심한 내용을 겪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근절을 지시하게 된 도화선이었을 정도다.

이에 최 원장은 임원진 전원교체라는 강수를 꺼내 들며 강력한 쇄신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관료·내부 승진 대부분…쇄신 효과 의문도

금감원이 임원 전원교체라는 카드를 통해 쇄신 시도에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원장보 전원이 내부 승진인 가운데, 민간 출신이 맡았던 금융소비자보호 담당 부원장보도 이번에는 '부원장이 외부에서 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내부 인사로 채워졌다.

전일 나온 부원장 인사에서도 재무관료 출신이 수석부원장을 맡는 기존의 관행은 끊어지지 않았다.

원 부원장이 외부 인사로 충원됐지만, 자본시장 및 증권 담당 부원장 자리는 박영준 전 부원장 등 민간이나 출신이나 관료 생활을 경험했던 외부 인사가 종종 임명되기도 했던 자리다.

금감원 안팎에서는 다음 주께 임명될 것으로 예상되는 은행담당 부원장에는 금감원 출신의 양현근 한국증권금융 부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부원장 겸 금융소비자보호처장에만 김헌수 순천향대학교 교수와 최현자 서울대학교 교수 등 외부 인사가 유력한 것으로 거론된다.

부원장은 물론 부원장보에도 외부 인사를 대거 수혈해 외부 충격을 통한 인적 쇄신에 나설 것이라는 당초 예상보다는 기존 인력 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대표는 "현재까지 나온 인사로는 기대했던 것보다 개혁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 같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에 더 초점을 맞춘 인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jwo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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