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기묘한 구도, 마냥 이어지지 않을 것"..RBC "신흥국 투명성 결여 등이 원인"



(서울=연합인포맥스) 선재규 기자= 지난 10년의 상당 기간을 선진국은 성장과 비교하면 증시가 호조를 보인 반면 신흥국은 호성장에도 증시가 상대적으로 부진했지만, 이런 기묘한 구도가 마냥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브루킹스 연구소가 분석했다.

브루킹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 20일 자가 인용한 보고서(에스와르 프라사드 선임 펠로가 작성 주도)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10년의 상당 기간 증시와 실물 경제 간에 이런 기묘한 구도가 이어져왔다"면서 "언제라고는 단언할 수는 없지만, 궁극적으로 (이런 관계가 깨지는) 심판의 날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루킹스는 '세계 경제와 개발 프로그램' 보고서에서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독일, 이탈리아 및 프랑스의 주요 7개국(G7)과 신흥대국 그룹인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및 중국)를 비교해 이같이 분석했다.

보고서는 美 증시가 지난 10년 76% 상승해, 인도에 10%포인트 앞섰다면서, 그런데도 같은 기간 국내총생산(GDP)은 14% 상승하는 데 그쳐 인도의 89%에 크게 못 미쳤다고 비교했다.

중국의 경우 이 기간 경제가 두 배 이상 늘어났지만, 정작 증시는 35% 주저앉았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는 일본과 러시아도 비교했다.

즉, 러시아가 6.5% 성장해 일본을 소폭 웃돌았지만, 일본 증시는 46% 상승한 데 반해 러시아는 50% 주저앉는 대조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신흥국 전반으로 지난 10년 경제가 연율 6.6%로 약 두 배 확대됐음에도, MSCI 신흥국 지수는 연율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브루킹스 보고서는 선진국은 고령화와 생산성 개선 둔화가 불거지지만 신흥국은 상대적으로 젊은층이 두껍고 생산성도 훨씬 빠르게 증가해왔음을 상기시켰다.

이와 관련해 RBC 글로벌 애셋 매니지먼트의 에릭 라셀레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몇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첫째는 경제에 대한 신흥국 정부의 개입과 열악한 기업 거버넌스를 지적했다.

이 때문에 시장 투명성이 떨어지고 이것이 투자자의 발길을 멈칫하게 하여왔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이유로는 증시 구성이 언급됐다.

즉, 선진국은 글로벌 기업이 많은 상황에서 신흥시장 활력이 증시에 큰 보탬이 되었지만, 신흥국은 그런 효과로부터 상대적으로 멀어온 것이 현실이라고 라셀레스는 진단했다.

또 실물 경제 개선 효과가 주식에 실질적으로 반영되기까지 상당한 시차가 불가피하다는 점도 라셀레스는 상기시켰다.

IMF는 그러나 향후 상황이 달라질 수 있음을 지적했다.

IMF 추산에 의하면 신흥국은 향후 5년 경제가 44% 더 확대될 수 있을 전망인데 반해, 선진국은 기껏해야 20% 더 늘어나는 데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 추세면 오는 2022년 신흥국들이 G7을 능가할 것으로 IMF는 내다봤다.

브루킹스 보고서는 "그간의 선진국과 신흥국의 이런 묘한 구도가 마냥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금융시장은 이런 패턴이 급격히 바뀜으로써 충격이 올 수 있음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그간의 묘한 패턴이 언제 변하리라 예측하기는 힘들다"면서 "그러나, 확실한 것은 궁극적으로 경제와 금융시장이 심판받을 것이란 점"이라고 강조했다.

jk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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