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1월 은행법 개정으로 전면 금지

국민ㆍ신한ㆍ농협ㆍ수협銀 적발…기업銀 고객 민원 제기



(서울=연합인포맥스) 정지서 기자 = 대출보다 과도하게 담보를 요구하는 '포괄근담보' 설정 관행이 은행권에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금융당국이 손쉽게 이자 장사를 하는 은행의 대출 영업 행태를 수차례 지적했음에도, 금리뿐만 아닌 담보 설정 단계에서 고객의 재산권을 침범해 은행이 잇속을 챙기고 있는 셈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A 씨는 기업은행이 무리하게 담보권을 운용했다며 최근 금융감독원과 국민권익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다.

A 씨는 남편이 운영하는 기업의 부족자금 활용을 위해 기업할인어음에 특정해 8천740만 원 한도로 본인 소유의 땅을 담보로 제공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난해 8월 기업은행이 A 씨의 남편에게 중소기업자금대출거래 관련 내용을 대출 계약서에 추가로 기재할 것을 요청했고, 이후 기업이 부도처리 되자 은행은 담보 부동산에 대해 임의 경매를 신청했다. 중소기업자금대출거래에 할인어음은 물론 모든 대출 거래가 포함된다는 논리에서다. 현재 해당 부동산은 임의 경매가 진행 중이다.

제3자가 제공한 담보에 모든 대출거래를 적용하는 것은 사실상 포괄근담보를 적용한 것이란 게 A 씨의 주장이다.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을 주요 고객으로 상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3자 담보를 제공하는 모든 고객이 사실상 포괄근담보 적용을 받게 된다는 얘기다.

은행의 담보권 운용에서 '포괄근담보'는 지난 2010년 11월 은행법이 개정되며 전면 금지됐다.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부담하는 현재와 미래의 모든 채무에 광범위하게 적용돼 금융소비자가 주택 등 부동산을 예상치 못하게 압류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그간 은행이 담보권을 운용할 때 포괄근담보가 아닌 특정근담보 또는 한정근담보로 운용할 것을 지도해왔다.

특정근담보는 담보의 보증 대상과 금액을 해당 거래로 확정하는 좁은 개념의 담보다. 한정근담보는 일반 대출이나 무역어음 등 특정 거래의 종류로 담보 범위를 제한한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통상 차주가 제공한 부동산 담보를 취급할 때 한정근으로 담보되는 채무의 종류를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거나, 광범위한 채무의 종류가 포함되는 증서 대출로 기재해 사실상 포괄근담보로 관행처럼 적용해왔다.

이에 금감원은 최근 포괄근담보를 부당하게 운용한 은행을 다수 적발했다.

지난 3일 국민은행은 2015년 10월 2곳의 영업점이 포괄근담보를 취급한 이유로 1억 원의 과태료가, 해당 직원 2명에겐 각각 10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됐다.

신한은행도 2013년 한 지점이 취급한 포괄근담보로 인해 500만 원의 과태료와 해당 직원에게 50만 원의 과태료가 조치됐다.

농협은행과 수협은행도 비슷한 사례가 적발됐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대출,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과정에서 제3자의 담보를 받을 때는 아무래도 보수적으로 대응한다"며 "되도록 특정근담보 개념을 적용하지만,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한정근, 이 역시 포괄근으로 취급하는 사례가 종종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포괄근담보가 이미 법상 사라진 개념인데도 영업 관행에 남아있는 것은 지나친 보신주의라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특히 중소기업의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해선 은행의 보신주의가 사라져야 하는데 여전히 포괄근담보 같은 영업 관행이 남아있다"며 "영업점 대출 과정에서 직원에게 무리한 책임을 지우는 문화도 직원이 소극적으로 대응하게 하는 배경인 만큼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sje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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