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곽세연 홍경표 기자 = 정부가 연기금을 활용해 '코스닥 붐'을 일으키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작 600조 원이 넘는 자금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엄연히 벤치마크가 있는 상황에서 코스닥 투자만 늘리기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자산 포트폴리오 조정은 자칫 시장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도 국민연금 '신중'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코스닥 투자비중 확대와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국민연금은 "현재 2% 수준인 코스닥 투자비중을 2020년까지 10%로 올린다는 계획은 정해진 게 없다"며 "공단의 국내주식 투자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심의·의결한 자산 배분계획, 벤치마크 등을 기준으로 시장의 여건과 기금 포트폴리오의 사정을 고려해 이뤄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달 초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에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비중을 1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국민연금은 코스닥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실제 기존 포트폴리오 배분 계획과 벤치마크를 벗어난 코스닥 투자는 힘든 게 현실이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벤치마크는 코스피로, 스타일별 위탁 투자를 제외하면 직접 주식 패시브 투자에서 코스닥 비중을 급속하게 늘리기 쉽지 않다.

또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계획과 큰 틀의 투자 방향은 기금운용본부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금운용위원회를 통해 이뤄진다.

코스닥 투자 효과 등을 분석해 기금위에 안건을 상정하는 자체도 시간이 걸릴뿐더러, 성향이 가지각색인 기금위 위원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의 인위적 코스닥 투자, 부작용 우려

정부는 연기금 벤치마크와 성과평가 척도 변경으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를 밀어붙일 계획을 세우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네 바퀴 성장론'의 혁신성장 방법론으로 벤처 투자와 코스닥 활성화를 내세웠는데, 정책 때문에 인위적으로 '전주'인 연기금을 동원해 돈을 투입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

국민연금은 연이은 코스피 상승에 올해 8월 기준 국내주식에서만 20.02%의 수익률을 거뒀다.

올해 8월 31일 종가 2,363.19를 기록한 코스피는 2,500선을 넘었다. 이를 고려하면 올해 들어 최근까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은 약 25%, 평가수익만 2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코스피 상승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평가액도 늘었다. 이 때문에 전체 자산 중 국내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이미 상회했다.

국민연금의 올해 말 국내주식 포트폴리오 목표비중은 19.2%, 금액은 약 116조 원인데 이미 상반기 말에 국내주식 자산이 124조 원을 넘어섰고 전체 자산 중 약 20.9%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비중이 목표비중 범위 상단인 21%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내년 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자산 배분 목표 금액은 122조 원이고 배분 비중이 18.7%이다.

주식평가액 급증으로 국내주식 포트폴리오가 포화 상태여서 더는 국내주식을 늘릴 여력이 없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결국 코스닥 비중 확대를 위해서는 신규 자금 투입보다는 코스피 비중을 줄여서 코스닥에 반강제로 돈을 투입할 것이라는 시장의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새로 들어온 자금을 코스닥시장에 투입하는 것은 국민연금이나 시장이나 문제가 없지만, 인위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한쪽을 부양한다면 국민연금의 수익률에도, 코스피시장에도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우려다.

국민연금이 대형주 대부분의 5%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인 상황에서 정부 정책에 동원돼 국민연금이 코스피에서 돈을 뺀다면 금융시장이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지난 2~3년간 있었던 '국민연금의 코스닥 저주설'이 재현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장을 너무 안일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며 "국민연금이 포트폴리오를 인위적으로 변경한다면 시장이 급변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sykwak@yna.co.kr

kphong@yna.co.kr

(끝)
저작권자 © 연합인포맥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