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인포맥스) "미국 등 주요 선진국 주식, 아르헨티나 등 정크본드 수준의 신흥국 채권과 미국 국채, 전 세계 부동산, 그리고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까지 모든 자산 가격이 미친 듯이 올랐다. 이게 정상인가"

지난 1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본부에 모인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하고 싶었던 말일 것 같다.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등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는 이날 열린 ECB 컨퍼런스에 참석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주요국 총재들은 이례적인 모습도 연출했다. 나란히 앉아 컨퍼런스의 토론자로 나서는 등 단일대오를 과시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유럽중앙은행(ECB) 본부에 모인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 왼쪽부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마크 카니 영란은행(BOE) 총재,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주요국 총재들은 무리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안내)를 요구하는 시장 참가자들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퇴임을 앞둔 옐런 의장이 포문을 열었다. 옐런 의장은 "투자자들이 불확실한 경제 여건 속에서 통화정책 경로와 관련해 중앙은행이 제공할 수 있는 정보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거기에는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 참가자들은 확실히 통화정책 경로에 대해 중앙은행들이 제공할 수 있는 것 이상의 확실성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중앙은행의 패를 다 보여달라며 응석받이가 된 시장의 요구에 대한 옐런의 질책성 답변이다.

대표적인 비둘파로 분류됐던 구로다 BOJ 총재도 최근 매파적인 모습을 더 강화하고 있다. 그는 지난 지난 13일 스위스 취리히대학 강연에서 "저금리 환경이 금융기관의 경영 체력에 끼치는 영향은 누적적이다"며 "금융기관과 금융시장의 상황을 폭넓게 살펴 금융 정책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그는 장기 금리가 지나치게 떨어지면 보험이나 연금의 운용 여건을 악화시키고 "이는 심리적인 측면을 통해 경제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양적완화를 실시하고 있는 BOJ의 구로다 총재가 저금리의 폐해에 대해 강조했다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카니 BOE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대중이 이를 이해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포워드 가이던스가 (시장의 요구와 달리) 간단해야 대중이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드라기 ECB 총재는 중앙은행과 시장의 소통을 위해 포워드 가이던스를 계속해야 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시했다. 드라기 총재는 포워드 가이던스가 "현재까지 포워드가인던스가 성공적이었다"며 "효과가 입증된 수단을 왜 버리겠나"고 반문했다. 포워드 가이던스의 유용성에 대한 옹호론이지만 더 많은 정보를 원하는 시장의 요구에 대해서는 선을 그은 셈이다.

시장은 주요국 총재들의 발언에서 분명한 시그널을 포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 10년간 저금리에 기댄 부채의 유산을 이제 청산할 수 있을 정도로 세계 경제가 충분한 모멘텀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연준과 BOE가 부채에 기댄 유산을 청산하는 데 앞장섰고 ECB와 BOJ도 곧 뒤따를 것이 확실시된다.

어떤 위험한 베팅은 종종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게 투자의 본질이다. 포트폴리오 매니저들은 2년 뒤에 만기가 98년이나 남은 아르헨티나 국채를 보유하지 않았기를 기도하게 될지도 모른다. 더 늦기 전에 중앙은행 총재들의 질책성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응석받이의 말로는 항상 비극이었다는 게 역사적 교훈이다. (취재부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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